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9일 ‘비스포크 홈’ 온라인 행사에서 신제품 콘셉트와 마케팅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9일 ‘비스포크 홈’ 온라인 행사에서 신제품 콘셉트와 마케팅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9일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매장에 들어서자 24가지 흰색 컬러칩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저마다 색상이 조금씩 달랐다. 삼성전자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는 24가지 흰색을 포함, 총 360가지 컬러칩을 조합해 패널 디자인을 꾸밀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같은 흰색이라도 소비자마다 원하는 색감이 제각각이란 점을 감안해 선택의 폭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맞춤제작 가능한 비결은 기술력

삼성전자 비스포크가 한 번 더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비스포크 홈’ 체험 행사를 열고 올해 신제품과 전략을 설명했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비스포크 제품은 2019년 첫 출시 이후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확장하며 작년까지 누적 출하량 100만 대를 돌파했다”며 “올해는 국내 가전 매출 비중을 80%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비스포크 가전은 주방 거실, 다용도실 등 집안 곳곳으로 들어온다. 냉장고, 에어컨, 신발관리기 등 상반기 출시되는 비스포크 신제품만 17가지다. 올초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은 ‘비스포크 정수기’는 이달 말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냉·온수 및 정수 기능을 구분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듈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렌털 업체들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 신제품은 이달, 신발관리기 ‘비스포크 슈드레서’는 5월에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한 품목을 발 빠르게 확대할 수 있던 배경으로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꼽았다. 유리 패널 위에 컬러층을 입힌 뒤 그 위에 색상을 여러 번 프린트하는 방법으로 수십 종의 제품에 360가지 색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안료로 도색하는 기존 방법으론 색상을 다양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해선 디지털 프린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디자인·기술 놀이터 된 비스포크

올해부터 삼성전자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인버터 컴프레서, 인버터 모터 등 주요 부품이 고장 나면 구매 시점에 관계없이 무상으로 수리하거나 교체해 주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패널만 바꿔주면 새 제품을 구입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싸도 비스포크를 찾게 하는 마케팅 방법을 고민하다 ‘평생 사후서비스(AS)’를 떠올렸다”며 “패널만 바꾸면 새 제품이 된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강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냉장고와 한샘 키친바흐 주방을 연계해 선보였다. 키친바흐에 쓰이는 ‘페닉스’ 소재를 냉장고 등 주방 가전에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양사 제품을 패키지로 함께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사장은 “비스포크라는 놀이터에서 중소기업, 가구 디자이너, IT 기업 등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