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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발본색원', '패가망신' 등 센 표현을 써 가며 엄단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는 잇단 미숙한 일 처리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속·철저한 진상 규명'은 엄포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의혹의 당사자인 정부가 '셀프조사'할 게 아니라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사 '첫 단추'부터 헛발질
정부합동조사단이 4일 발족한 이후 처음 한 일은 국토교통부·LH 등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받는 것이었다. 동의를 받아야 이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첫 단추'부터 일이 꼬였다.

LH는 처음 직원들에게 보낸 동의서에 개인정보 이용 항목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한 부동산 거래내역 조회(3기 신도시 지역에 한정함)'라고 썼다. 그런데 한참 동의서를 제출 받은 이후에야 문제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LH 직원 등이 3기 신도시 인접 지역에 투기를 했을 수도 있는데, '한정함'이라는 문구 때문에 이런 부분의 조사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거래 내역만 조회하면 현재 소유 현황은 놓치는 경우가 생겨 '구멍'이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국토부의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는 '3기 신도시 지역에 한정함'이란 문구는 없었지만 역시 소유 현황 부분은 놓치고 있었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미 받은 문서는 무효로 하고 새로 동의서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번엔 개인정보 이용 항목을 '3기 신도시 등 8곳 개발 관련 부동산 거래내역 및 소유현황에 대한 조사'라고 적었다. 이렇게 하면 3기 신도시 인접 지역과 현재 부동산 소유 현황까지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봤다. 문제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일을 두 번 하는 바람에 아까운 수일을 허비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업무 관련 실수는 또 있었다. 공직자의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비존속에게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상당수 인원에게 '구두 동의'를 받았다. 동의서는 서면으로 제출 받는 게 원칙이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전화로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구두 동의를 받은 사람이 800명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동의서의 법적 효력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또 나왔다. 합동조사단은 2차 동의서는 서면 동의만 받는 것으로 바꿨다.

2차 동의서를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이다. 합동조사단은 시간이 부족함을 감안해 가족까지 포함해 동의서를 10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 주말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가 서명을 받고 아이들에게 세종에 와서 서명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양식이 바뀌었다며 또 10일까지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시간이라도 충분히 줬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시간에 쫓긴 일 처리로 '날림'으로 작성된 동의서가 난무하고 나중에 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냥 검찰에 수사 맡겨라"
"내 부동산 거래 내역을 보지 말라"며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거부하는 사례도 나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LH 직원만 총 12명이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 국토부 1명, LH는 총 11명이다. 공직자의 가족까지 따지면 개인정보 제공 거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령상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거부했다가 처벌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이 때문에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은 8일 "개인정보 이용 거부자는 인사상 불이익 등 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공직자의 가족은 인사 조치 등 불이익을 줄 방법도 없다.

조사 범위가 좁아 불법 투기자를 제대로 색출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공직자의 가족은 일단 배우자와 자녀·부모 등 직계비존속만 조사하기로 했다. 형제·자매와 배우자의 부모·형제·자매, 4촌 등은 빠져 있는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배우자 친인척 등 명의로 투기를 했다면 밝혀내기 어려워자칫 잔챙이만 일부 걸러내는 조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이 불법 투기를 하면서 눈에 띄는 배우자, 자녀 등 명의로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합동조사단엔 국토부도 포함돼 있다.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모임'은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신도시 개발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큰 국토부를 조사단에 포함시키다니 '셀프조사'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합동조사단 안에는 총리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도 있지만 같은 공무원끼리 엄정한 조사가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이런 점 때문에 조사의 실효성이나 객관성 측면에서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엔 자신을 대검찰청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방식으로는 피래미 직원밖에 안 걸릴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했으면 진작에 국토부, LH, 광명·시흥 부동산업계, 묘목공급업체, 지분쪼개기 컨설팅업체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도시 계획에 관여한 인물에 대한 강제 수사, 부동산 거래 계약자들에 대한 계좌 수사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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