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채소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작황 부진에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와 명절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며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해 지난달 한국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9년6개월만의 최고치로 나타났다.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9.7%로 집계됐다. 2011년 8월(11.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식자재의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크게 뛴 탓이다. 종목별로 보면 지난달 파 가격은 1년 전보다 227.5% 급증했다. 1994년 5월(291.4%) 이후 2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달걀 가격 상승률은 41.7%였다. 2017년 8월(53.3%)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외에도 사과(55.2%). 고춧가루(35.0%), 돼지고기(18.0%) 등도 가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소비자물가 역시 1년 전보다 1.1%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국 식품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월(1.8%)까지만 해도 1%대에 그쳤다. 다만 같은 해 7월 4.3%로 올라서면서 하반기 들어 오름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 이후 식품물가는 지난해 8월(6.6%), 9월(8.3%), 10월(8.2%), 11월(6.9%), 12월(6.2%)까지 지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 1월(6.5%)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OECD 전체 평균(3.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37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1%), 칠레(7.8%), 아이슬란드(6.7%)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작황 부진과 AI 등 공급 측 요인으로 물가가 상승해 우려스럽지만, 물가가 적정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에서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있어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예측은 가능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계란·채소류 등 주요 농축산물의 가격과 수급 여건을 집중 점검하면서,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정부 비축분 방출과 수입 확대 등을 통해 가격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