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상환 자금 이달 유상증자로 확보…백신 수송 확대 기대
코로나 위기에 '곳간' 채우는 대한항공, 올해도 나홀로 버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깊은 수렁에 빠진 가운데 '맏형'인 대한항공은 올해에도 '나홀로 선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로 유동성 위기까지 직면했지만, 대한항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는 자금을 이달 유상증자로 확보하게 되면서 숨통이 틀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유상증자를 통해 3조3천159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중 1조5천억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활용하고, 나머지 1조8천159억원은 4~12월 채무 상환에 활용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자금으로 금융리스 8천712억원, 항공기 담보부 차입 1천815억원, 회사채 5천202억원, 영구채 3천800억원 등 4월부터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1조9천528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자본잠식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정부 지원이 절실한 LCC와 달리 대한항공은 부채 상환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에서 당초 계획한 3조3천억원을 모집하지 못할 경우 자체 자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목표 금액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이 1만9천100원으로 현 주가보다 40%가량 낮아 주주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한항공에 흑자를 안겨준 화물 사업은 올해에도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현재 화물기로 활용 중인 여객기 12대를 포함해 총 35대의 항공기를 화물 운송에 투입하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코로나 종식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이익, 재무 체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반도체·기계류 운송 수요는 꾸준한 성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하면서 백신 항공 수송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대한항공에 '호재'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화이자 백신을 국내로 수송한데 이어 이달 말 정부가 화이자와 직접 계약을 통해 들여오는 백신도 수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태국, 베트남, 대만에도 수송했다.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4천500억~5천5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올해 안으로 확보할 가능성도 커졌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와의 합의에서 매매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지연되더라도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사 매출의 핵심인 여객 수송이 올해에도 회복되지 않으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6월 인수가 마무리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대한항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인수 이후 양사의 부채비율은 927%로 대한항공 단독 기준 대비 234.1%포인트 증가하고, 유상증자로 부채를 상환한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는 5조2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대비 높은 항공유 가격과 낮은 화물 운임은 대한항공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유는 배럴당 69.98달러로 1년 전보다 19.9% 상승했다.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 운임은 지난해 12월 1㎏당 7.5달러에서 1월 6.43달러로 떨어지며 감소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지난해 적극적으로 화물 수송에 나서고, 자산을 매각하며 체력을 키웠다"며 "방심할 수는 없겠지만,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만이 올해에도 괜찮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