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smk@unisoncap.com
[한경 CFO Insight] PEF썰전-PE는 어떻게 투자수익을 내는가?

PE는 어떻게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걸까요? 회사의 인력을 구조조정 해서 비용을 절감하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돈도 안 쓰고 현금을 빼 나가면 되는 건가요? 순진한 매도인을 현혹해서 회사를 싸게 사서 금방 비싸게 되팔면 되는 건가요? 리스크 없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복잡한 투자구조를 설계해서 투자 수익을 올리는게 PE의 전문분야인 것인가요?

학교나 기업에서 가끔 PE에 대한 강의를 할 때 제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분에게 PE는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많은 경우 PE에 대해서 그릇된 정보를 접하고 계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PE 운용사별로도 추구하는 투자 전략이 틀리고 투자대상 회사의 업종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PE가 투자수익을 내는 방식도 달라지게 됩니다. 오늘은 바이아웃 투자의 경우 투자수익의 원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①가격 아비트라지 (Price Arbitrage)

예전에는 당신의 (또는 귀사의) 투자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의 투자철학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거다 (Buy low sell high)”라고 멋지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이 가격 아비트라지입니다. 어떻게든 적정가치보다 싼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면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몇 년 후에 더 비싸게 팔 수 있더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요즘에 그런 얘기를 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원시인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PE 투자가 신기했고 PE 투자자가 귀했던 시절의 얘기입니다.

90년대부터 PE 투자의 리스크대비 수익성이 전통자산 대비 우수하다는 학계와 업계의 연구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그 이후부터 PE 펀드로 흘러들어오는 자금의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업의 M&A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매력적인 매물의 숫자도 늘어났지만 자금 공급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이나 주주의 급박한 상황 때문에 발생한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에서는 잘 사는 것(buy well)에서 대부분의 가치가 나오는 딜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아비트라지는 서로 다른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격 아비트라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PE가 이러한 가격 아비트라지 만으로 기업에 투자해 돈을 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아비트라지는 서로 다른 시장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격 아비트라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PE가 이러한 가격 아비트라지 만으로 기업에 투자해 돈을 벌기는 쉽지 않습니다.

②재무적인 아비트라지 (Financial Arbitrage)

레버리지(leverage)를 이용한 투자수익 창출입니다. 좋은 조건의 대출을 활용하여 적은 자기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배당 등을 통하여 원금을 회수하고 투자수익을 올리는 방식입니다. LBO(Leveraged Buy Out)라는 투자방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80년대에 대다수의 바이아웃 딜은 어떻게 하면 피인수기업에 최대한 많은 부채를 올린 후 비용을 줄여서 최대한 많은 현금을 배당으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레버리지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피투자회사의 현금흐름이 풍부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이러한 LBO방식의 투자가 성행하면서 투자자들이 회사와 직원들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PE 회사들이 기업사냥꾼(corporate raider)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레버리지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지만 적절한 레버리지는 회사의 규율과 경영의 집중력을 높이는 아주 좋은 도구입니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급여생활자라는 전제하에서 나의 급여로 원금 분할 상환과 이자를 낼 수 있는 수준에서 은행에서 최대한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후에 열심히 대출을 갚고 나중에 집값이 올랐을때 팔게 되면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내게 되겠죠. 그리고 중간에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불필요한 생활비를 줄이고 절약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한 절약이 재산증식으로 이어지는 형태입니다. 과거에 어르신들께서 “빚 내서 집 사고 열심히 갚다 보면 힘이 들지만 나중에 돈 벌게 된다”라고 하는 얘기가 LBO의 원리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조달이 가능한 대출한도나 상환능력에 비해서 자산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된 경우에는 레버리지가 주요한 투자수익의 원천이 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인수금융 시장이 발달하고 일반화될수록 레버리지로 인한 투자수익 창출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법에 불과하고 특정 PE운용사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없습니다.

③경영 아비트라지 (Management Arbitrage)

PE가 투자 이후 실제로 경영에 개입하여 회사의 펀더멘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듣기에는 매우 멋진 말이지만 아주 험난하고 난이도가 높은 방식입니다. 그러나 바이아웃 투자에서는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길입니다. PE들간에 좋은 매물을 놓고 벌이는 인수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회사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드물어졌고 이제는 회사를 제대로 성장시키고 이익을 개선하지 않고는 투자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PE가 투자한 회사에 경영을 어떻게 개선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의 책 한권을 써도 될 만큼 방대하고 깊은 주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또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확실히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거기에 온 힘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진학 지도에 비유하자면 PE는 전교 5등 학생을 전교 1등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급 중위권 학생을 상위권으로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가 성적이 중하위권에서 맴도는 학생을 상위권으로 만들고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배점이 높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실력을 키우는데 우선 집중해야할까요 아니면 전과목 점수를 다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할까요? 쉬워 보인다고 배점이 낮고 실력 편차가 별로 나지 않는 과목들에 먼저 집중해야할까요? 조급한 마음에 수능과 내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다 잡아야할까요 아니면 수능에 집중하게 해야할까요?
PE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투자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와 목표를 잘 제시해 주는 일입니다. 이를 '경영 아비트라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PE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투자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분야와 목표를 잘 제시해 주는 일입니다. 이를 '경영 아비트라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적의 소폭 상승이 목표라면 모르겠지만 대폭 상승을 이끌어내려면 반드시 전략이 필요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겁니다. 최종적인 목표와 집중해야 할 과목이 정해지면 단기적인 시험 성적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꾸준히 계획한 대로 공부해 나가야 합니다. PE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욕이 너무 앞서고 불안감과 조급함을 못 견디고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몇 년이 지나도 회사의 기초는 단단해지지 않고 이런저런 얄팍한 요령들과 단기적인 처방들로 덧칠이 된 상태가 되고 맙니다. 불안함과 조급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게 바로 바이아웃 PE운용사의 경험이고 노하우입니다.

④지배구조 아비트라지 (Governance Arbitrage)

주주와 경영진, 직원들 간에 엇갈려 있는 이해관계과 인센티브를 면밀히 조정하고 일치시켜서 주주, 경영진, 직원들이 다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강력하게 달려가게 만듦으로써 막대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배구조 아비트라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명확한 지배구조와 확실한 이해관계 일치”야 말로 PE의 가치창출에 최고로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 다 제치고 그것만 되어도 기업가치는 무조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일반회사들 중에 그런 효율적인 구조를 갖춘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은 물론이고 똑똑한 인재들이 모여있다는 대기업들 중에도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PE라는 주주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겠죠.

다시 학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집안 형편이나 가정 환경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공부보다는 아르바이트가 더 중요한 학생이고, 옛날로 치면 부모님이 학용품도 제대로 안 사주고 방과 후에는 옆집에 가서 풀 베고 꼴을 먹여야 하는 학생입니다. 내가 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성공을 해야하는지 꿈이 없는 채 방황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에게 관심을 주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해시켜 주고 목표와 꿈을 제시하고 거기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면 어떻게 될까요? 성적이 올라가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PE가 지향하는 이해관계 일치입니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한다고 무섭게 혼을 내거나 답답한 마음에 옆에 앉아서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도 어느정도 성적이 올라갈 수 있겠지만 절대로 괄목상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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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PE의 투자수익 창출은 위에 말한 여러가지의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능한한 조금이라도 더 싸게 인수하고, 쓸 수 있는 레버리지는 최대한 스마트하게 잘 쓰고, 투자한 이후에는 회사의 펀더멘탈을 개선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노력하고, 주주와 경영진과 종업원들의 이해관계를 한 줄로 정열해서 같은 방향과 목표를 향해서 치열하게 신나게 일하게 만들고, 성공의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하는 일들이 합쳐져서 소위 대박 딜이 탄생하게 됩니다.

최근에 PE들의 성공적인 엑시트 소식들이 많이 들립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동료나 선후배들의 성공을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투자성공 사례들이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 식으로 단순히 운이 좋아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오늘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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