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노점상인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2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노점상인이 영업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노점상에게 1인당 50만원씩 지원한다는 정부 대책을 두고 소상공인은 물론 수혜자인 노점상마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 노점상 지원금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는 노점상은 거의 없어 사실상 지원을 안한다는 얘기와 같다는 게 노점상들의 주장이다. 애초에 노점상 단체 등과의 협의를 한 번도 안하고 졸속으로 대책을 만든 게 지금의 사달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최대 노점상 단체인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의 한 관계자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한 지원책은 사실상 지원을 안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노점상 중엔 신용불량자나 장기 세금 체납자 등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사업자 등록이 힘들다"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이란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세무관서의 대장에 수록하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자는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나 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노점상은 등록을 하는 순간 자신의 열악한 신용 상태 등이 노출되기 때문에 대다수가 사업자 등록을 회피하고 있고, 이는 50만원을 준다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관계자는 이어 "길게 보면 노점상도 사업자 등록을 확대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노점상이 굶어 죽게 생긴 상황에서 지원금을 미끼로 등록하라는 건 협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상황이 매우 열악하니 일단 모든 노점상을 조건 없이 지원하고, 노점상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책은 추후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국노점상총연합 관계자도 "노점상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면 이런 대책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노점상총연합은 한국에서 제일 큰 노점상 단체로, 두 곳의 회원은 약 1만명에 이른다. 두 단체는 4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노점상 지원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부는 미등록 노점상도 현금 지원을 받을 길을 열어놓긴 했다. '한시 생계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1인당 지원액은 노점상 지원금과 같은 50만원이다. 하지만 한시 생계지원금은 기준중위도소득 75% 이하, 작년 소득 감소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노점상은 소득 자료를 잘 갖춰놓은 사람이 드물어 생계지원금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생계지원금을 받을 노점상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상공인은 소상공인대로 불만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세금 한 푼 안 내는 노점상을 지원하느라 세금을 성실히 내고 사업을 해온 자영업자의 지원금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발표한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금을 100만~500만원으로 정했다. 당초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최대 7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점상 지원책을 껴 넣는 바람에 지원금이 줄어든 거 아니냐는 게 소상공인 측의 얘기다.

노점상 지원을 하더라도 충분히 검토한 뒤 합리적으로 대책을 설계했어야 했는데 '날림'으로 만게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경안에 노점상 지원책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지난달 1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입에서 처음 나왔다. 이후 약 2주만에 노점상 지원책이 확정됐다. 시간이 촉박했던 탓에 양대 노점상 단체 등과의 협의를 한 차례도 갖지 못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