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비즈니스 손님 끊긴
3·4성급 가장 큰 타격
서울 명동은 절반 문 닫아

작년 휴업 5배 증가한 49건
오피스텔·사무실로 바꾸기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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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국내 호텔산업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투숙객이 주 고객이던 3·4성급 호텔이 버티지 못하고 휴업에 들어가거나 문을 닫고 있다. 서비스가 핵심인 호텔업 종사자도 급감하며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1년' 호텔산업 초토화…110곳 매물로 나왔다

호텔 밀집한 명동은 정적만
지난 2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명동역 인근에 몰려 있는 3~4성급 호텔들은 두 곳 중 한 곳꼴로 ‘임시휴업’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었다. 주 타깃인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추면서다. 4성급 밀리오레호텔과 3성급인 더 그랜드 호텔, 뉴 오리엔탈 호텔 등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외국계 호텔 체인인 데이즈 호텔과 소테츠 프레사 인 서울 명동도 마찬가지였다. 195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자호텔로 개장한 사보이호텔도 휴업한 상태다. 한 비즈니스 호텔 관계자는 “휴업 공고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영업을 종료한 곳도 꽤 된다”고 말했다.

영업하고 있는 호텔들의 숙박 요금은 1박에 4만~5만원대였다. 인근 호텔 직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을 때는 1박에 20만원씩 하던 곳들”이라고 했다. 문은 열었지만 다른 살길을 찾아 나선 호텔도 있었다. 명동에서 4개 지점을 운영하는 호텔 스카이파크는 일부 지점을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 수용시설로 운영한다. 프린스호텔은 객실 일부를 오피스룸으로 바꿨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광호텔과 리조트가 포함된 관광숙박업에서 지난해 폐업 및 휴업을 한 곳은 102곳이었다. 전년(63건)보다 61.9% 늘었다. 휴업 신고를 한 호텔이 49곳으로, 9곳이던 전년의 다섯 배 이상이다. 올 들어서는 1월에만 18곳이 휴업 신고를 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호텔이 110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3성급 호텔 매출 3분의 1토막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에서 9월까지 국내 호텔업 객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7% 감소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합한 고용 인원은 같은 기간 24.6% 줄었다. 호텔 직원 4명 중 1명이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셈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3·4성급 호텔이다. 성급별로 보면 이 기간 3성급 호텔의 객실 매출이 68.9% 급감했다. 3분의 1 수준이다. 4성급 호텔 매출도 반 토막 났다. 반면 특급호텔들이 포함된 5성급 호텔은 매출이 23.7% 줄었다.

5성급과 3·4성급의 희비를 가른 건 국내 관광객이다. 모든 등급의 호텔이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투숙객을 잃었지만 특급 호텔들은 내국인을 적극 유치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서울 특급호텔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지 않는 대신 비싼 돈을 주고 ‘호캉스’를 누리려는 수요가 커졌다”며 “특급호텔은 고급 레스토랑과 부대시설을 이용해 이들을 공략한 상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매물로 나오는 호텔들은 대부분 3·4성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 3성급 크라운관광호텔과 동대문구 경남관광호텔이 매각됐고, 하나투어도 4성급 티마크 그랜드호텔과 3성급 티마크호텔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비즈니스 호텔은 실적이 부진해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바꾸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영업을 중단한 강남 최초의 5성급 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이 곧 고급 아파트로, 지난달 매각된 르메르디앙호텔은 고급 아파트나 오피스텔로 재개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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