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상업은행 기능을 접고 투자은행(IB) 부문만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새 최고경영자(CEO) 취임 후 아시아·태평양지역 구조조정 가능성이 언급된 데 이어 철수 대상 지역으로 한국이 명시적으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일 WSJ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의 새 CEO인 제인 프레이저는 최근 그룹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씨티그룹의 한 소식통은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업은행(소매금융)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단 한국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기관을 대상으로 한 IB 기능은 남겨둘 확률이 크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달 불거진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이 다시 증폭될 전망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이 아·태지역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씨티그룹 측에서 한국 시장을 콕 집어 언급한 만큼 업계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 부문을 정리한다면 대형 인수합병(M&A)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금융권에선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할 잠재적 후보로 DGB금융과 OK금융을 거론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다는 전제하에 OK금융은 은행업 진출을, DGB금융은 수도권 거점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작년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을 20% 수준으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손실 흡수능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