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됐는데도 노조 위원장이 사용자와 상여금 규정을 폐지하는 노사합의를 체결했다면 노조 위원장의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조합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KCC 여주공장 노조 위원장 송모씨를 상대로 조합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지난달 17일 노조 위원장 송모씨에게 조합원 1인당 3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합원 반대에도 노조 위원장이 단협 합의하면…어떻게 될까
사건 내용은 이렇다. 2018년 회사와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연간 600%의 상여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폐지키로 하고 10월 29일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노조는 다음 달인 11월 조합원 총회를 열고 투표에 부쳤지만, 상여금 폐지안은 부결됐다. 결과적으로 노조 위원장이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해 단체협약을 체결한 셈이 됐다.

노조원들은 노조 위원장의 임금협약 체결로 자신들의 “평균임금이 1인당 20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며 “조합원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은 판결문에서 노조 위원장 송모씨의 임금협약 체결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조합원 223명에게 1인당 30만원, 총 669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수원지법 판결문에는 2018년 대법원 판례가 인용됐다. KT 노동조합 사건이다. 당시 KT 노조 위원장은 회사 측과 학자금을 폐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조합원 총회 등 노조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조 위원장의 이 같은 합의를 불법행위라고 판단하고 학자금 폐지로 손실을 본 노조원 1인당 20~3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이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노조 위원장의 단체협약 체결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시하고, 이러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노조 위원장이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 불법행위가 된다”고 분명히 했다. 노사 관계 업무 담당자라면 알아둘 만한 판례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