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잇달아 기단 축소에 나선다. 보유 항공기 수를 최대한 줄여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몸집을 줄여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몸집을 키워 이익을 내는 ‘규모의 경제’가 코로나19 탓에 항공업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해 리스 부채만 1414억원

'최후의 보루'마저…항공사가 항공기 반납한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올해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항공기를 대거 반납하고,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도 미루기로 했다. 시작은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열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달 25일 “위축된 시장의 회복 속도와 기단 유지에 따른 고정비를 감안해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기재는 상당수 반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기 수대를 반납해 보유 비행기를 지난해 44대에서 올해 더 줄일 계획이다. 진에어도 지난 1월 보잉 737-800 두 대의 리스 계약을 종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같은 기종 두 대를 추가 반납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구매나 임차 방식으로 도입한다. 대당 가격이 최소 1000억원 넘는 거액이어서 LCC들은 주로 항공기를 빌린다. 문제는 빌린 항공기가 많을수록 리스료도 불어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리스 부채는 1414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리스 이자 비용만 150억원이다.

리스 항공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기단 운용계획을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임차 기간이 만료되는 항공기는 대부분 반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169대였던 보유 항공기를 159대로 10대 줄였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도 두 대를 반납했다.

‘규모의 경제’ 안 통하는 항공업계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여객 급감으로 항공기를 많이 보유한 항공사일수록 주기료(항공기 주차료)와 리스비 등 고정비 지출에 따른 손실이 크다는 설명이다. 국내선 승객을 잡기 위한 저가 출혈 경쟁에서도 기단 유지 비용이 적은 소규모 항공사가 유리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맞춰 규모를 키워 새롭게 시작하려는 통합 LCC가 출범 전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물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LCC는 여객 수요에 의존하고 있어 매분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여객은 전년(1억2337만 명)보다 68.1% 감소한 3940만 명으로 집계됐다. 여객 수가 4000만 명 밑으로 떨어진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3361만 명)과 1999년(3789만 명) 이후 20여 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국제선 여객은 전년보다 84.2% 급감한 1424만 명에 그쳤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항공사에 대한 추가 정책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들은 현 상황이 계속되면 올 상반기 이후 보유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유상증자와 대주주 사재 출연 등 자구책과 병행해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