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는 LG상사가 회사 설립 68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 사명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했다. 3월 계열분리 후 사명 교체를 감안해 상표권 분쟁을 막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특허청에 따르면 LG그룹 지주사인 (주)LG가 출원한 LG상사 상표권 등록이 지난 10일 마무리됐다. LG상사와 함께 한글 사명인 ‘엘지상사’에 대한 상표권 등록도 이날 이뤄졌다. 1953년 설립된 LG상사는 1995년 럭키금성상사에서 현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앞서 (주)LG는 지난해 11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주)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 계획을 결의했다. 이틀 후인 같은 달 26일 LG상사에 대한 상표권 출원을 공고했다.

통상 대부분의 기업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상표권 분쟁을 막기 위해 사명이 바뀌면 곧바로 상표권 출원 공고를 낸다. LG상사와 함께 LG신설지주에 편입되는 핵심 계열사인 LG하우시스는 2009년 4월 설립 즉시 상표권 공고를 냈다. 하지만 LG상사는 1995년 사명 변경 이후 지금까지 26년 동안 상표권 등록조차 내지 않았다.

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그동안 LG상사 상표권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없어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LG상사 법무팀도 이 사실을 상표권 등록이 마감된 지난달 중순에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 후 LG상사가 ‘LG’ 이름표를 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막기 위해 서둘러 상표권 등록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5월 출범을 앞둔 LG신설지주도 새 그룹명 찾기에 분주하다. 구광모 LG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새 그룹의 대표를 맡는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유력한 그룹명으로 점쳐졌던 알파벳 ‘L’로 시작하는 사명이 이미 상표권 등록이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새 그룹 출범 이후에도 한동안 LG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G상사와 LG하우시스는 그룹 지주사인 (주)LG와 내년 말까지 각각 82억원과 197억원의 상표권 사용료 계약을 맺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