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분류된 기업은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비율, 공익법인과의 소액거래 내역 등을 정기적으로 알려야 한다. 현재 연 1회인 계열사 간 상품·용역 거래 현황도 분기마다 공시해야 한다.

기관 의결권 행사비율까지 발라내고…계열사 간 거래는 분기마다 공시해야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공시 매뉴얼 개정안을 통보했다. 논란이 되는 항목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현황이다. 지금까지는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만 공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의결권을 얼마나 행사했는지도 알려야 한다.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를 ‘발라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예탁결제원 명부엔 개인과 법인 주주 목록만 나와 있다. 법인 주주 중 누가 기관투자가인지는 주주명을 보고 임의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공시에 오류가 생기기 쉽다는 설명이다.

공익법인 거래 내역 공시를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단발성 소액거래 내역을 모두 뒤져야 공시 매뉴얼을 지킬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공익법인과 거래할 때 해당 법인과의 거래 현황을 자금, 유가증권, 상품 및 용역, 자산 등으로 구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익법인과의 상품 및 용역 거래는 대부분 소규모 단발성 거래”라며 “50억원 넘는 규모의 거래 내역을 공개하도록 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처럼 공시 범위를 정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일거리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계열회사 간 상품 및 용역 거래의 공시 주기가 1년에서 3개월로 변경되면서 기업들의 업무 부담 증가도 상당할 전망이다.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 내역을 분기마다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64개 기업집단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는 4500여 개에 이른다.

기관투자가 의결권 공시는 오는 5월 31일부터 적용된다. 공익법인 거래 내역, 공시 주기 변경 등은 내년 5월 시행을 목표로 고시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시 매뉴얼 개편안의 방향은 정해졌지만 세부 내용은 바뀔 수 있다”며 “기업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송형석/이지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