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창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사장/사진=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신익창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사장/사진=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10여 년 전엔 패밀리 레스토랑이 호황을 누렸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여러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성업했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100호점을 열며 ‘확장의 시대’를 만끽했다. 시그니처 메뉴였던 ‘부시맨’ 빵과 ‘투움바’ 파스타를 먹으려는 손님이 넘쳐났다.

‘웰빙 바람’을 타고 외식시장 트렌드가 시푸드(해산물 요리)를 거쳐 한식부페로 바뀌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침체기를 맞았다.

아웃백은 고군분투하다 2016년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그 때부터 철저하게 ‘기본’에 집중해 ‘보랏빛 소’를 만드는 전략을 추진했다.

마케팅 서적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보랏빛 소는 놀랄 만한, 주목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킨다. 평범한 소들(평범한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보랏빛 소가 등장하면 고객들의 큰 관심을 받게 되고 소문이 빠르게 퍼져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아웃백은 보랏빛 소 전략으로 회생에 성공했다. 2016년 1942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약 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상황 1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은 끝났다”
도전 1 스테이크하우스의 기본에 집중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되기 전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침체에 맞서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각종 프로모션, 캠페인, 팝업스토어 등으로 고객을 붙잡으려 애를 썼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패밀리 레스토랑은 끝났다”는 진단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2016년 7월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됐다.

당시 “스테이크 빼고 다 맛있다”는 소비자 평가가 아웃백으로선 가장 뼈저렸다. 스카이레이크는 스테이크하우스의 ‘기본’을 살리기로 했다. 스테이크를 파는 식당인 만큼 스테이크 맛과 품질을 끌어올려 고객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로 한 것.

이를 위해 모든 고기를 냉장 유통하기로 했다. 냉장 고기 유통은 손님이 많고 회전율이 높아야 유지될 수 있다. 쉽게 상할 수 있어 재고 관리가 어렵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대표는 ‘삼성식 공급망 관리’를 도입해 냉장 고기 유통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가영 아웃백 마케팅팀 부장은 “냉장 유통된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가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스테이크 빼고 다 맛있다’가 ‘아웃백=스테이크’라는 인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상황 2 “시그니처 스테이크가 뭐지?”
도전 2 뼈 있는(bone-in) 스테이크 ‘토마호크’

냉장 고기 유통으로 스테이크 재료의 수준은 높아졌다. 이번엔 스테이크 메뉴가 문제였다. 2014년말 선보인 ‘블랙라벨 스테이크’가 당시의 대표 메뉴였다. 블랙라벨 스테이크는 한국에서 개발한 스테이크로 인기가 꽤 많았다.

그러나 “시그니처 스테이크가 뭐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기엔 부족한 상황이었다. 1년 남짓 연구개발해 2017년 7월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내놨다.

압도적인 사이즈로 출시 직후 폭발적인 소비자 반응을 얻었다. 세 가지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고 뼈가 손잡이 역할을 하는 게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아웃백 매장에선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직원이 세 가지 부위를 설명하고 먹기 좋게 잘라준다. 고객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시간을 챙겨주는 점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아웃백의 토마호크는 뼈 있는(본인, bone-in) 스테이크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유튜브에서 토마호크 먹방이 줄을 이었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토마호크가 인기 아이템이 됐다.

이가영 부장은 “뼈 있는 스테이크는 원가가 높아서 외식업체들이 시도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원가 1천~2천원짜리 음식을 만들다가 원가 1만원짜리를 시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웃백의 토마호크 스테이크 도전은 성공을 거뒀다.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지난해 아웃백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했다. 아웃백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스테이크 수입육의 20%, 토마호크 부위의 80%를 소화하고 있다.

스테이크하우스의 기본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토마호크의 가세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아웃백 브랜드 캠페인 'NO RULES, JUST RIGHT' 영상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웃백 브랜드 캠페인 'NO RULES, JUST RIGHT' 영상 (사진을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상황 3 코로나19 이전 홈레스토랑 트렌드
도전 3 한 발 앞선 ‘딜리버리 서비스’

신선한 재료(냉장 유통 고기)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메뉴(토마호크 스테이크)를 갖춘 아웃백은 브랜드 재정비를 본격화했다.

먼저 프리미엄 매장을 열었다. 전국 5곳에 와인 특화 매장을 만들었다. 와인이 ‘국민 술’로 자리잡아가는 추세에 맞춘 것이다.

2019년 8월 선보인 딜리버리 서비스는 먹방 인기 등으로 홈레스토랑, 홈파티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걸 겨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한 발 앞서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아웃백 마케팅팀은 특히 딜리버리 패키징에 공을 들였다. 고객들이 단순한 음식 배달이 아니라 ‘선물받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 딜리버리 서비스로 받은 아웃백 메뉴를 ‘언박싱’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고객들이 많다.

2018년과 2019년 개최한 ‘아웃백 스테이크 아카데미’는 아웃백의 스테이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객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에 맞게 온라인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아웃백 인터넷 홈페이지 멤버십 회원(170만명)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160만명)가 대상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아웃백의 화려한 회생은 냉장 고기 유통과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일등공신이다. 두 가지 모두 스테이크하우스의 ‘기본’에 집중한 것이다.

이 회사 신익창 사장은 “음식장사는 맛이 없으면 안 된다”며 역시 ‘기본’을 강조한다. 그래서 CSE(Certified Steak Expert)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매장에서 스테이크 전문가를 양성한다.

신 사장은 직원들에게 기본을 강조하면서 ‘보랏빛 소’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아웃백의 보랏빛 소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다.

아웃백의 마케팅은 보랏빛 소 전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기업마다 마케팅의 역할이 다르다.

마케팅이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전략에 맞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마케팅을 실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대형 출판사 마케터는 “출판 마케팅에선 콘텐츠(책) 자체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콘텐츠가 안 좋으면 뭘해도 심폐소생이 어렵다”고 했다.

아웃백의 경우 경영진이 보랏빛 소 전략으로 기본을 강조한 덕분에 마케터들이 심폐소생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수많은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마케터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대안이 있다. (1)평범한 제품을 만든 다음 “놀라운, 주목할 만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기획할 것인가, 아니면 (2)처음부터 고객이 찾고 싶은 “놀라운, 주목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낼 것인가.

어떤 전략이 더 손쉽게 소비자에게 어필할 지는 너무 자명하다. 소비자들은 평범한 제품에 지루해한다. 평범한 제품은 지루한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보랏빛 소’처럼 놀라운, 주목할 만한 제품을 보면 소비자들은 서로 얘기하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들은 당장 제품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친구들에게 자랑할지도 모른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역시 ‘토마호크 스테이크’라는 주목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한 사례이다.

물론 주목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 때 마케터는 무엇보다 자사 제품의 특별함을 인정해줄 소수의 타깃 고객을 미리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치 구글(Google) 초기 화면의 단순함에 매료되었던 열광적인 소비자가 존재했던 것처럼, 혹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Krispy Kreme Doughnuts)의 무료 도넛에 열광했던 도넛광이 존재했던 것처럼, 우리 제품의 주목할 만한 핵심 경쟁력을 먼저 인정해줄 소수의 열광적인 타깃을 잘 선정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이 핵심 타깃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고객을 불러올 것이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이 과정에서 스테이크의 맛과 품질이라는 ‘기본’에 집중한 것은 현명했다. 반대로 제품의 기본적인 경쟁력에 집중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로 ‘탐스(TOMS)’가 있다.

2006년 창업하여 한때 착한 사회적 기업으로 유명했던 신발 브랜드 탐스는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살 경우 제3세계 국가의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One for One Campaign”으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기부 말고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부족했던 탐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평범한 브랜드가 되었다. 소비자들은 탐스 신발의 품질, 디자인에 부족함을 느꼈고 결국 지루해 했다. 이에 따라 매출이 점차 줄어든 탐스는 누적된 수익 악화로 2019년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

소비자에게는 기부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의 기본적인 품질과 경쟁력이었던 것이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반대로 스테이크의 맛과 품질이라는 기본에 집중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였다. 결국 좋은 제품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은 없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상품이나 서비스는 소비자가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 탐색재, 경험재, 신뢰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탐색재는 구매하기 전 정보를 탐색해 그 상품을 이해하고 평가하기 쉬운 경우다.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상품은 탐색재가 많다.

경험재는 구매해서 실제로 사용하면서 평가가 쉬워지는 상품이다. 음식은 먹어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향수나 화장품은 여러 상황에서 써봐야 어떤지 알 수 있다.

신뢰재는 구매해서 사용해봐도 평가가 쉽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과 클래식 음악공연 등이 신뢰재 성격이 강하다.

탐색적 속성과 경험적 속성을 모두 가진 상품도 많다. 이 경우 어느 쪽이 강한지에 따라 탐색재냐, 경험재냐를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SNS의 확산이 탐색재와 경험재의 구분을 허물고 있다. SNS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더 쉽게,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경험재가 탐색재처럼 변한 것이다.

레스토랑은 전통적으로 경험재다. 자신이 그 식당에 가서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음식 맛을 봐야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사진과 후기를 보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레스토랑이 탐색재가 된 것이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매장에 온 고객들이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시간을 챙겨주거나, 딜리버리 서비스로 받은 상품을 언박싱한 사진을 SNS에 올리도록 유도한 점은 ‘레스토랑의 탐색재화’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소비자의 상품 평가와 관련해서 ‘구별의 편향’(distinction bias)이란 개념이 있다. 구매 전에 여러 대안을 비교하면서 평가할 때 크게 느껴졌던 차이가 구매 후 사용할 때엔 크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해서 생기는 편향이다.

하버드 대학 신입생들이 12개 기숙사 중 하나에 배정되기 전에는 기숙사의 외관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배정된 기숙사에 살아보니 외관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는 연구가 유명하다.

신입생들이 12개 기숙사를 비교하는 ‘공동평가 모드’일 때와 한 기숙사에 배정돼 생활하면서 그 기숙사만을 따져 보는 ‘단독평가 모드’일 때의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레스토랑의 탐색재화로 인해 마케터는 SNS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는 공동평가 모드에서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단독평가 모드, 그러니까 아웃백 매장을 찾거나,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마케터는 단독평가 모드의 소비자에게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