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도출 과정 인간에게 설명
구글도 아직 초기 단계인 분야
연속 학습 능력도 40% 높여
구광모 "세상 난제에 도전하자"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해달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LG그룹의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 출범을 축하하며 당부한 말이다.
구 회장의 강력한 지원으로 탄생한 AI연구원의 첫 성과가 나왔다. LG AI연구원은 세계 최고 권위의 AI학회인 ‘국제인공지능학회(AAAI)’를 통해 ‘설명하는 AI’와 ‘연속 학습’ 관련 논문 2편을 발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캐나다 토론토대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AI 핵심 기술 선제 개발
‘설명하는 AI’는 도출된 결과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나온 것인지 인간에게 설명해주는 기술이다. 결과만 알려주는 기존 AI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로 평가된다. 신뢰성이 중요한 의료·금융·법률 등의 분야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거나 대체하는 AI를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LG AI연구원은 콘스탄티노스 플라타니오티스 토론토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 기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기존 기술보다 설명의 정확도와 충실도를 높여 이를 영상 인식 관련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LG 관계자는 “세계적 기업인 구글도 이 분야에서는 초기 연구 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한국이 기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AI가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학습하는 연속 학습은 사람의 학습 능력과 비슷한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AI가 단기 메모리로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한 뒤 새로운 데이터가 입력되면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모두 학습하면서 메모리 사용량이 크게 늘었던 기존 AI 기술의 단점을 보완했다.
LG AI연구원은 AI가 학습할 때 사용하는 메모리를 줄이면서도 성능은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LG AI연구원과 스콧 새너 토론토대 교수팀은 데이터 중요도를 측정하는 평가값인 ‘섀플리 지표’를 연속 학습에 최초로 적용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40%까지 학습 능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국제학회인 CVPR이 지난해 처음 개최한 ‘연속학습 기술경연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AI 미래 먹거리 삼은 LG
LG는 미래 먹거리로 AI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구 회장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8년 6월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아간 곳도 AI 인재 영입행사인 ‘LG 테크 콘퍼런스’였다. LG는 지난해 12월엔 세계적인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C레벨급 AI 사이언티스트(CSAI)로 영입했다. LG AI연구원은 2023년까지 전문가 1000여 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투자도 활발하다.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세계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딥러닝 보안 솔루션업체 딥인스팅트, 제조업 AI 솔루션 개발사 마키나락스 등 지금까지 8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은 “AI 기술 연구를 고도화해 소비자가 기술 발달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젊은 AI 인재를 계속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3월 채용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상반기 민간기업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LG, KT 등 주요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채용방식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인공지능(AI) 전형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공공부문의 채용 규모가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소식에 취업난을 겪는 인문계 출신들이 대거 몰릴 전망이다. 수시채용 대세…채용형 인턴 노려라1일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용 예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 10곳 중 7곳(69.4%)이 수시채용으로 뽑겠다고 응답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대졸 수시채용에 들어갔다. 3월 공채를 시행하는 삼성전자에 앞서 우수 인재를 ‘선(先)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아·현대모비스도 신입채용을 진행 중이다. 기아는 지원자들과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 1 대 1 채팅방을 개설하고, 서류전형 합격자를 위해서는 오픈 채팅방도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11일까지 12개 직무에 대해 채용을 진행한다.LG그룹은 신입사원의 70%를 4주간 검증을 통해 선발하는 채용형 인턴으로 뽑는다. LG전자 창원사업장은 인턴십 기간 기숙사도 제공한다. 판토스는 일반전형과 함께 어학특기자 전형 인턴십을 진행한다. 영어 외 제2외국어 능통자가 지원할 수 있다. 최준희 LG전자 인재확보팀장은 “한 달간의 인턴 기간 중 업무역량뿐 아니라 팀워크,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수시채용 시대에는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회원 가입 후 직군을 선택해 두면 알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시 인재풀에 등록하면 연락이 올 수도 있다. 채용 후 즉시 입사 가능한 사람을 뽑는 수시채용의 특성상 기졸업자, 졸업유예자, 8월 졸업예정자가 지원 대상인 점도 기억해야 한다. 비대면 채용 필수…AI에 익숙해져라코로나19는 AI 채용의 도입 시기도 앞당겼다. AI역량검사를 개발한 마이다스인에 따르면 지난해 AI로 인재를 뽑은 기업은 전년보다 50% 늘어난 450곳이었다. 자기소개서 분석에서 면접까지 AI가 맡는 식이다.SK, 롯데, CJ, 하나은행 등은 AI가 자기소개서의 오타와 맞춤법 검사는 물론 표절 여부 등도 확인한다. 결함이 많으면 자동 탈락되기 때문에 온라인 검사기를 통해 실수를 줄여야 한다. 자소서는 직무 적합성, 인재상 등을 염두에 두고 작성해야 한다.AI 솔루션도 다양해지고 있다. 게임을 통해 순발력과 지구력을 검증하는 AI역량검사, 스스로 면접 영상을 녹화해 피드백해주는 뷰인터HR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AI 채용 교육 전문기관인 다온컴퍼니 최준형 대표는 “AI 채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대부분 ‘체험코너’를 마련해 두고 있다”며 미리 경험해 볼 것을 당부했다. 공공부문…자격증, 지역인재 챙겨라올해 정부는 국가직 행정공무원 6450명을 뽑는다. 198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전국 17개 시·도는 2만7195명의 지방직 공무원을 신규 채용한다. 지난해 4월부터 국가직으로 전환한 소방공무원의 올해 선발 인원도 4482명에 달한다.공무원 선발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5급·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경쟁률은 43.3 대 1로 최근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입법고시는 23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올해 7급 공채에선 영어, 한국사는 공인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미리 검정시험을 취득해 둬야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5급 공채 기술직 일반기계분야 수석합격자 주원재 씨는 “폭풍우처럼 온 열정을 쏟아야 짧은 시간에 합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340여 개 공공기관은 모두 2만6554명을 신규 채용한다. 역대 최대다. 체험형 인턴은 2만2000명을 뽑는다. 공공기관이 체험형 인턴을 정식 채용할 땐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하면서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의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 비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27%까지 본사 이전 지역 인재를 뽑아야 한다.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언택트 디지털 플랫폼.’영국계 글로벌 서치펌 로버트월터스코리아 최준원 지사장(사진)은 올해 채용시장 특징을 세 단어로 정리했다. 그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e커머스, 물류 자동화, 디지털 마케터, 앱 개발자, 데이터 애널리스트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자율주행차, 반도체,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분야 인재 수요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로버트월터스코리아는 지난달 ‘한국의 채용시장 동향과 연봉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경력자 채용 시 연봉 협상의 근거로 활용하는 자료다. 올해 조사의 특징은 ‘온라인 유통, 디지털 물류, 테크 인재 수요 급증’으로 요약된다.로버트월터스 조사에 따르면 이 분야 경력자들이 이직 때 협상할 수 있는 연봉 수준은 e커머스 관리자급을 기준으로 최소 6000만원에서 최대 85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수요가 많아 10년 이상 경력의 클라우드 아키텍터(설계자)는 이직 시 최대 2억2000만원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다. 5~7년 경력을 지닌 AI 엔지니어는 최대 1억5000만원까지 협상 가능하다.최 지사장은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도 AI와 머신러닝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며 “이 분야의 5~12년차 관리자급은 극심한 취업난에도 회사를 골라 갈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최근 채용시장이 경력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이직자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과거에는 회사를 수차례 옮긴 이직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으나 지금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설명이다.최 지사장은 ‘성공적 이직’의 조건에 대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첫 단추”라며 “본인의 성과를 객관화할 수 있다면 경력직 채용과 연봉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기억 훈련을 꾸준히 하면 치매 발병 확률을 30% 정도는 줄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활용한 기억 훈련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만큼 활용도가 더 넓어질 것입니다.”이준영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가 노년층의 인지기능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논문을 세계적 의료정보학·헬스케어 분야 학술지 ‘JMIR(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AI 스피커 기반 인지 훈련 프로그램이 치매 예방에 미치는 효과를 의학적으로 검증한 첫 사례다. AI 스피커로 치매 개선 입증이 교수 연구팀은 SK텔레콤과 협력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 AI 스피커 ‘누구’의 치매 개선 특화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이용한 집단과 이용하지 않은 집단의 인지능력을 개인별로 8주간 하루 3회 비교했다. 연구 결과, 두뇌톡톡을 이용한 사람은 기억 장애 진단 척도인 장기기억력과 언어유창성, 작업기억력 관련 인지능력 수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장기기억력은 13%, 작업기억력은 11.4%, 언어유창성은 15.5% 개선됐다. 언어유창성은 사고유연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작업기억력은 학습과 집행능력에 영향을 주는 단기기억의 일종이다.두뇌톡톡은 SK텔레콤과 이 교수 연구팀이 협력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주요 일선 병원과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인지기능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메타기억훈련(MMT)을 음성 기반 AI로 구현했다. 이용자는 AI 스피커가 제시하는 퀴즈를 푸는 형태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이 교수는 “AI 스피커를 통해 MMT를 진행해도 오프라인에서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전까지는 기억 훈련을 하려면 병원 및 치매예방센터까지 찾아와야 했지만 AI 스피커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훈련 횟수가 늘어날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AI 스피커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며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 진출도 기대”SK텔레콤과 이 교수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통해 두뇌톡톡이 국내외 메타기억훈련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검증한 만큼 향후 콘텐츠 고도화를 통해 장·노년층의 치매 예방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1만5000여 가구에 두뇌톡톡을 이용할 수 있는 AI 스피커를 보급했다. 지자체가 선정하는 돌봄 대상자는 물론 일반 고객도 두뇌톡톡을 쓸 수 있도록 이용자를 확대할 방침이다.이 교수는 “AI 스피커는 물론 스마트폰 기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아 병원에서 처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솔루션 고도화를 위해 이모코그라는 스타트업도 설립했다. 그는 “해외에는 아직까지 AI 스피커를 활용한 치매 예방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았다”며 “한국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