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7% 이상 반등…100만명 공공일자리 더해도 취업자 8만명↑
한은 "억눌렸던 소비·유가 등에 물가상승 압력에도 유의"

코로나19 타격으로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 '역성장'을 경험한 한국 경제가 올해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3%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고용 상황이 나빠지고 이에 따라 소득이 줄면서 민간소비 회복은 애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한국경제, 수출·투자 '기대' vs 소비·고용 '암울'
◇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건설투자도 플러스 전환
한국은행은 25일 내놓은 수정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로, 지난해 11월 26일 발표된 기존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수치만 같을 뿐, 안을 들여다보면 불과 3개월 사이 한은의 시각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수출 상황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좋다.

수정 제시한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7.1%인데, 이는 기존값(5.3%)보다 1.8%포인트(p)나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주요국 백신 보급과 적극적 재정부양책 등으로 글로벌 교역조건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24일 발표한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달러 기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114.20)와 수출금액지수(110.32)는 1년 전보다 각 8%, 11.4% 올랐다.

수출물량지수는 5개월, 수출금액지수는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전기장비,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했는데, 특히 컴퓨터·전자·광학기기 내 반도체 지수만 따로 보면 수출량과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각 19.4%, 18.5% 뛰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1월 수출금액지수와 수입금액지수 상승률은 각각 2018년 10월, 같은 해 11월 이후 최고"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관련 산업의 수요가 커지고 주요 국가의 경제활동도 재개되면서 반도체·휴대전화 등 컴퓨터·전자기기와 운송장비 수출이 늘고 관련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5.3%)도 기존(4.3%)과 비교해 1.0%p나 높아졌다.

건설투자 성장률도 0.5%에서 0.8%로 상향조정됐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GDP에 마이너스(-) 요인이었는데, 올해 플러스 성장률로 바뀔 것"이라며 "건설투자는 취업자 수나 내수 쪽에 파급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경제, 수출·투자 '기대' vs 소비·고용 '암울'
◇ 소비 2% 반등 그칠 듯…이주열 "경기, 소비 회복에 달려"
문제는 민간소비다.

한은의 수정 전망에서 민간소비 성장률은 2.0%로 기존(3.1%)보다 1.1%p나 낮아졌다.

결국 한은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바꾸지 않은 것은, 수출·투자 호조 효과를 작년 11월 이후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탓에 크게 위축된 소비가 상쇄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서비스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그 부분에 종사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겨울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생각보다 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조정되면서 소비가 지난번 본 것(작년 11월 전망)보다 더 부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결국 우리나라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는가는 소비에 달려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고용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한은은 올해 취업자가 13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증가 폭이 8만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실업률 전망치는 3.8%에서 4.0%로 높아졌다.

더구나 올해 일자리 증가 전망치(13만명)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약 100만명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반영된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김웅 조사국장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5%로 상향조정하면서도 우리나라 성장률은 3.0%로 유지했다"며 "대외여건은 플러스(+)지만,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부진하고, 고용의 경우도 1월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거의 100만명가량 줄어드는 등 소득 여건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번 한은 경제 전망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지급되면 소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국장은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아직 구체적 규모, 지원 대상, 재원 마련 방안 등이 확정되지 않아 이번 한은 경제 전망에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1%대 물가상승률, 인플레 우려할 수준 아니지만 유가 등 지켜봐야"
물가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3%로 기존 전망치(1.0%)보다 0.3%p 올려 잡았다.

경기 회복과 최근 국제 유가·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흐름, 전·월세 가격 강세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에 일단 "1%대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금통위가 이날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한 것도 당장 현존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부한 유동성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한은도 공감했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 등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공급 측면에서 물가 압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활동 제한조치가 완화되면 억눌려 있던 소비가 짧은 시간에 분출돼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다.

김웅 조사국장도 "(한은 수정 전망에서) 올해 평균 도입 유가를 유가 전문기관의 전망을 바탕으로 배럴당 50달러 중반 정도로 가정했지만, 실제로 올해 유가가 50달러 중반보다 더 오른다면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경제, 수출·투자 '기대' vs 소비·고용 '암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