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장 독과점 판단시 시장점유율보단 경쟁자 존재여부 봐야"

싱가포르 경쟁 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 이유를 23일 공개하며 시장점유율보다 경쟁자 존재여부를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두 업체의 합병과 관련해 타국 경쟁 당국이 승인 이유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의 심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싱가포르, 한조해-대우조선 결합 승인이유 공개…"경쟁자 중요"

조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이날 홈페이지에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승인 이유를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로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했지만, 기술자료 유출 등의 문제로 승인 6개월 만에 이유를 밝혔다.

다른 승인국인 카자스흐스탄과 중국은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CCCS는 조선 시장을 유조선과 벌크선,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으로 나눠 두 기업의 합병이 다른 조선업체에 진입장벽을 만드는지와 수요자인 선사 구매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CCCS는 두 기업의 물리적 결합으로 각 시장점유율은 낮게는 30%, 높게는 7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지만 조선 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시장지배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시장점유율은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기업결합 심사 시 주된 판단 요소지만 입찰이 중심인 조선 시장에선 유효 경쟁자의 존재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CCCS의 주장이다.

CCCS는 "시장점유율은 다음 입찰에서 쉽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조선 시장은 단순히 시장점유율로 시장지배력을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찰 시장이라는 조선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단 하나의 유효 경쟁 업체라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에 따른 시장지배력 남용(가격 상승 등)에 대한 잠재적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CCS는 두 기업 결합 시 가장 큰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는 LNG선 시장에 대해서도 중국 선박공업공사(CSSC)의 후둥중화조선과 한국 삼성중공업 등이 경쟁사가 있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기업 결합 여부를 결정짓는 EU가 LNG선 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상황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언급인 셈이다.

CCCS는 "LNG선 시장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외에도 한국과 중국에 각각 강력한 경쟁업체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는 싱가포르의 승인 이유 공개가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결합 심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결합 시에도 조선시장의 공정 경쟁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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