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산업 탐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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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시작된 암호화폐(가상화폐)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한때 6500만원까지 오르자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석달 만에 회사의 구주 가격이 3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카카오가 초기 투자한 두나무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와 더불어 카카오 금융플랫폼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는 지금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으로 부상할 것이란 낙관론과, 또 다른 ‘튤립버블’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업비트의 기업가치 폭등은 암호화폐의 대체자산으로써의 가치에 대한 격렬한 논쟁의 한 가운데서 국내 개미들이 적극적인 비트코인 매수행렬에 동참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두나무 베팅에 나선 한국 자본시장의 선택은 비트코인의 대세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1조7000억까지 치솟은 두나무 밸류에이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1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다. 두나무는 작년 10월부터 직원들이 보유한 스톡옵션 등 구주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주 매각을 위해 평가한 두나무 기업가치는 작년 10월 6000억~7000억원에서 12월 90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올 들어 업비트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회사 가치는 작년 10월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1조7000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한 관계자는 "업비트 수익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며 "결국 투자 실행 여부는 암호화페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거래액의 0.05%를 수수료로 챙긴다. 암호화폐 가격이 올라가고, 거래량이 많아지면 수익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다. 작년 1월 업비트는 500억~600억원을 수수료로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비트의 암호화폐 거래량이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22일 기준 업비트 하루 거래량은 9조원을 넘어섰다. 지금 같은 거래 흐름이 이어지면 월 1000억원이 넘는 수익 달성도 가뿐하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1년새 850% 가량 올랐다. 한때 1비트코인 가격이 6500만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상승추세가 무섭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자 두나무 지분 취득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두나무 지분 가치가 석달 만에 3배 가까이 폭등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는 두나무에 투자해 암호화폐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가치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두나무의 가치도 치솟을 공산히 크기 때문이다. 내달 초 상장을 앞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기업가치는 50조~85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이용자수는 3500만명으로 업비트의 10배 수준이지만, 하루 암호화폐 거래량은 업비트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빠르게 올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안정적으로 암호화폐 랠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투자업계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금융 큰 그림 속 두나무
두나무는 카카오가 지분을 투자를 한 회사다. 카카오가 8.1%의 지분을, 카카오청년펀드가 2.7%를 갖고 있다. 두나무의 현 대표도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다. 증권플러스(옛 카카오증권)를 운영하고 있고, 다음의 증권 카테고리도 두나무가 맡아서 관리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가 향후 금융 부분을 강화해 나갈 때 암호화폐 1위 회사인 업비트와의 연계를 더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은행과 페이먼트, 증권, 암호화폐거래소, 블록체인까지 두루 아우르는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구상에 두나무는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분야에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제공한다. 자회사를 통해 소액으로도 전문가나 로드어드바이저에게 투자를 맡길 수 있는 투자일임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업비트의 글로벌 확장성은 카카오의 약점으로 꼽히는 로컬 기업 이미지를 벗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2일 현재 업비트 암호화폐 거래량 순위는 세계 5위다.

이번 지분거래가 완료되면 두나무는 비공식적으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뜻하는 유니콘 지위를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스톡옵션을 처분한 직원들도 돈방석에 앉게 될 전망이다. 두나무는 창업초기 우수한 개발자들을 회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스톡옵션을 적극 활용했다. 두나무 창립자인 송치형 의장의 지분은 26.8%로, 지분가치만 4500억원이 넘는다.
○한국에 다시 불어닥친 암호화폐 열풍
자본시장에서는 암호화폐가 새로운 대체투자 수단인 '디지털 금'이 될 것이란 낙관론과 튤립버블의 또다른 버전이라는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워렌버핏, 레이달리오 등 투자의 구루들은 비관론에 섰다. 반면 제2의 워렌버핏으로 불리는 캐시우드는 비트코인 가격이 수억원대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론머스크는 15억달러의 비트코인을 테슬라를 통해 매입했다. 트위터의 공동 창립자인 잭 도시가 세운 핀테크 스타트업 스퀘어도 비트코인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매수 행렬에 동참하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꿈틀거리자,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투자열풍에 가담하고 있다. 2017년 광풍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앱스토어 인기 앱 순위를 보면 1~2위를 케이뱅크와 업비트가 다투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6월부터 케이뱅크를 통해서만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하고 있어서, 결국 암호화폐 매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업비트 일별 거래량이 곧바로 증명한다. 지난달 일 평균 약 3조원의 암호화폐가 거래됐는데, 22일 현재 3배 늘어난 9조원이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가격은 왜 오르는가? 앞으로 전망은?
2017년 비트코인 열풍을 한국 등 아시아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했다면, 이번 암호화폐 가치 폭등은 미국의 기관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0월 페이팔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의 구매 서비스를 런칭했다. 페이팔의 경쟁사인 스퀘어(Square) 역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캐시앱을 런칭했고, 캐시앱의 실적 증가에 힘입어 스퀘어의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암호화폐 신탁회사인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을 연일 매수하고 있다. 투자회사 피델리티가 암호화폐 수탁서비스를 시작했고, 동남아 최대은행 DBS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열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포트폴리오 편입은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제도권 금융기관들에게도 암호화폐는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는 분위기여서다.

이는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한 것과 관련이 깊다. 이는 화폐 가치 하락을 의미했고, 상대적으로 대체투자 수단으로써 암호화폐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세계적인 투자자들도 분산투자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씨티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31만8000달러(약 3억5000만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디지털금으로 부상할지 아니면 2017년처럼 또 한번 대폭락을 경험할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분명한 것은 국내외의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베팅 행렬에 가담했고, 이들은 비트코인의 단기 상승은 지속된다고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는 “비트코인은 투기적인 것이다. 간편한 방법이 있다면 공매도 할 것이다”고 말하는 빌 게이츠와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다”라고 말하는 일론머스크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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