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농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햇반 두부 빵 햄버거 등 각종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라면업계도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라면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 농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햇반 두부 빵 햄버거 등 각종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라면업계도 가격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직원이 라면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업계는 통상 연말연초에 가격 인상을 발표한다.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부담 상승 등을 이유로 든다. 한 업체가 총대를 메면 다른 기업이 뒤따르는 식이다. 올해도 햇반부터 빵 햄버거 통조림 등 주요 품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라면업계도 눈치를 보고 있다. 다른 품목보다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커서 선뜻 못 나서고 있다. 인상 발표를 했다가 번복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제히 오른 식품·외식메뉴 가격

올초 식료품 가격 인상도 예년과 다르지 않다. 국내 두부시장 1위인 풀무원이 이달 들어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동원F&B도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가격을 각각 13%, 16% 올렸다. 샘표식품도 반찬 통조림 제품 12종을 35%가량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도 출고가를 100~200원가량 인상했고, 롯데칠성음료는 대표 제품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가격을 각각 6.6%, 7.9% 인상했다.
라면값 누가 먼저 올리나…눈치싸움 치열
즉석밥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오뚜기도 지난달 말 출고가를 7~8% 올렸다. 술값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정부가 맥주와 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개편하면 주류 제조사가 세금 부담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와 맥도날드, 롯데리아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도 연초 가격 인상에 나섰다.

라면업체들 ‘누가 먼저’ 눈치보기

라면회사도 눈치를 보고 있지만 선뜻 가격 인상엔 못 나서고 있다. 라면은 ‘서민 먹거리’로 인식돼 유독 소비자 저항이 심하다. 지난 10일 오뚜기는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하겠다고 했다가 닷새 만에 자진 철회했다. 오뚜기는 2008년 3월 진라면 가격을 올린 게 마지막이었다. 농심과 삼양식품도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마지막으로 가격을 올렸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오뚜기가 대형마트에 공문을 보냈다가 자진 철회하면서 다른 라면업체들도 인상 여부와 시기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식품기업 부장은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물류비용 증가로 가격인상 압박이 상당하다”며 “연말이 되면 인상 압박이 한계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상 요인 흡수 선행돼야” 지적도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밀가루 t당 거래가격은 239달러로, 전년 동기(208달러) 대비 13.4% 올랐다.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의 극심한 가뭄으로 밀 가격이 t당 322달러에 달한 2012년 8월 수준까지 시세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전문가들은 “재료비 인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전에 공장설비 자동화로 인건비를 절감하거나 원재료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물류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