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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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지자 각국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대규모 자금을 방출했다. 경제가 급속도로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하지만 그 여파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자산시장은 초호황인 반면 실물경제는 여전히 차가운 괴리 현상이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가 주춤해지고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하면 자산 거품이 꺼져 ‘2차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작년 늘어난 유동성만 7350조…자산 거품 꺼지면 '2차 충격' 온다

유동성 홍수…美 4200조원 늘어

한국경제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일본, 한국 등에서 광의의 통화량(M2)은 7350조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를 가리킨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리는 동시에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쏟아낸 결과다. 한국의 지난해 말 M2는 3199조8357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286조2261억원(9.8%) 늘었다.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60년 후 최대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5월 사상 최저인 연 0.50%로 내린 영향이다. 지난해 3월부터 국고채를 사들이는 등 79조원을 시중에 공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연 1.50~1.7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연 0~0.25%로 낮췄다. 동시에 양적완화를 시행해 9개의 유동성 매입기구를 세워 국고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했다. 미국 M2는 지난해 말 19조2898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24.9%(4조8542억달러·약 4200조원) 늘었다.

2016년 3월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로존은 코로나19 직후 양적완화로 대응했다. 지난해 3월부터 자산매입프로그램(AAA)으로 1조3500억유로(약 1800조원)를 시중에 공급한 결과 M2는 지난해 말 14조4920억유로로 전년 말보다 11.5%(1조4965억달러·약 2000조원) 불었다. 일본의 지난해 M2 증가 규모는 82조1000억엔(약 870조원)으로 집계됐다.

과열된 증시, 급랭한 경기

홍수처럼 불어난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만 흘러들고 있다. ‘유동성 장세’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해에만 43.6% 뛰었다. 테슬라(743.3%), 엔비디아(121.9%), 애플(80.7%) 등 기술주는 지난해 폭등했다. 지난해 한국 코스피지수는 30.8%, 일본 증시도 16.5% 뛰었다. 갈 곳 잃은 유동성은 원자재 가격도 밀어 올렸다. 구리(41.6%), 콩(39.5%), 금(16.4%) 등이 지난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국 아파트값도 치솟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4033만원으로 2019년 12월(3352만원)보다 20.3%(681만원) 상승했다.

불어난 유동성은 자산가격을 띄웠지만 실물경제는 얼어붙었다. 한국(-1.0%), 미국(-3.5%), 유로존(-6.8%), 일본(-4.8%) 등의 성장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각국은 당분간 ‘완화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115조원 규모의 대출 원리금 유예조치 종료 시점을 올 3월 말에서 9월 말까지 또 연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산업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른바 ‘청소 효과’가 촉진돼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이 투자하고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규제를 풀어 시장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