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복수후보 전달"…최종 선임시 금융권 첫 사례

기업은행 사외이사 2명이 임기 만료로 다음 달 교체될 예정인 가운데,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후임 사외이사로 최종 임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기업은행에서 노조추천 이사가 나오면 금융권 첫 사례가 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총 4명 중 2명의 임기가 지난 12일, 내달 25일 차례로 끝나면서 후임 선임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3월 중 복수의 후보를 제청할 예정이다.

그간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해 온 기업은행 노조가 최근 사외이사 후보군을 회사 측에 전달한 가운데 윤 행장이 금융위에 제청할 후보 명단에 노조추천 인사가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려서 회사 측에 전달했다"면서 "몇 명을 추천했고 누구를 추천했는지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내달 사외이사 2명 교체…노조추천이사 선임될까
윤 행장은 최근 서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상시화를 위한 노조추천이사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며 '도입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데 대해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그러나 노조추천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윤 행장은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금융위에 제청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직원(노조)을 포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며 노조를 의견 청취 대상으로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복수 후보 중) 사외이사로의 선임 여부는 후보 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특정 후보가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혀 노조 추천이 곧장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기업은행 안팎에서는 이번에 2명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점, 윤 행장이 취임 당시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기로 노조와 약속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과거에 비해 노조추천 이사 선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2019년 3월에도 노조추천 이사 선임을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하지만 윤 행장이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며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음을 굳이 언급한 것을 볼 때 '기업은행장의 후보 제청' 단계까지는 포함되더라도 금융위 최종 문턱에서 걸러지며 결국 사외이사 선임이 무산될 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의 이번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권뿐 아니라 공공기관들의 관심도 크다.

이번에 '선례'가 만들어지면 노조추천 이사 선임이 금융공공기관으로 확산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에서도 노조추천 이사 선임이 여러 차례 추진돼 왔으나 실제 선임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다.

수출입은행에서 지난해 1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탈락한 바 있고, 작년 8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도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