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이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노동조합 관계법을 개정한 지 두 달여 만이다. 비준동의안이 오는 26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는 3월 초께 선포할 예정이다.

국회 외교통일위는 1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1~3호 안건으로 ILO 핵심협약(29·87·98호) 비준동의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여야는 29호(강제노동 금지)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으나 87호(결사의자유와 단결권)·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 당시 여당이 단독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이날 퇴장했다. 핵심협약 87·98호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의 보호에 관한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민주당은 관련 노조법을 ‘1박2일’ 만에 처리했다. 해고자와 실직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과 활동을 허용하고, 현행 6급 이하만 가능한 공무원의 노조 가입 직급제한 폐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비준동의안은 오는 22일 외통위 전체회의를 거쳐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이후 정부는 협약 비준안을 ‘선포’하게 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선포 절차는 없지만 국회 의결 후 외교부 장관 명의로 ILO에 비준서를 기탁하게 된다”며 “기탁 후 1년이 지나면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3월 ILO 협약 비준 효력이 발생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정 노조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돼 ILO 협약 비준과 관련한 추가적인 영향은 없다.

비준동의안 처리로 그동안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가 논쟁을 벌였던 ‘EU 압박 논란’도 해소될 전망이다. EU는 2018년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협약 비준 노력을 게을리한다며 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해 지난해 11월 전문가패널 심리를 마지막으로 모든 절차가 종료됐다. 전문가패널들은 한국이 FTA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설립신고제도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권고했다.

한편 노동계는 협약 비준 이후 노조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해고자의 기업별노조 가입 허용만으로는 부족해 노조 임원 자격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전면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