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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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익제보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20억원의 신고포상금을 받게 됐다. 이 제보자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7개 제강사가 고철 가격을 담합했다고 공정위에 제보했다. 공정위는 최근 이들 제강사에게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19일 공정위에 따르면 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현대제철 등 7개 제강사 담합 사건과 관련해 약 20억5000만원의 신고포상금을 제보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 법위반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내부고발자를 더 늘려 범죄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범죄 특성상 내부인이 아니면 관련 사실을 파악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내부고발자 A가 B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다른 경쟁회사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계열관계에 있는 C기업으로부터 구매한 사실을 신고서에 자세하게 적시해 부당지원행위를 적발, 신고포상금을 받았다.

포상금 지급 대상은 공정위 소관 6개 법률(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14개 행위(부당공동행위, 부당지원,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에 대해서다. 그 중 신고포상금의 약 90%가 담합행위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조사가 시작되고, 과징금 규모가 큰 영향이다. 공정위의 역대 과징금 징수액을 보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퀄컴이 1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을 제외하면 담합행위의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 2017년에는 전체 포상금 8억738만원 중 담합행위 포상금이 7억4263억원으로 92%에 달했다.

이번 제강사 담합 사건도 내부고발로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각 부당행위별로 포상금 지급 기준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담합을 일컫는 부당 공동행위의 신고포상금은 과징금 기준 5억원까지는 10%, 50억 초과 200억원 이하는 5%, 200억원 초과는 2%를 기본지급액으로 한다. 이 기준을 이번 사건에 적용해보면 3000억원 기준으로 기본지급액은 68억5000만원이다.

물론 이 금액을 모두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증거수준을 최상·상·중·하 4단계로 구분해 각각 기본지급액의 100%, 80%, 50%,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 포상금 상한은 3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 사건 증거 수준은 제보의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경우에 해당하는 ‘하(下)’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산하면 68억5000만원의 30%인 20억5500만원이 포상금 책정액이다.

기본지급액을 모두 수령하기 위해선 직접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충분한 내용의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 추가적인 조사가 거의 필요없는 수준의 제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상당한 내용이 있지만 증거의 부족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경우는 상(80%), 직접적으로 위반 행위를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위반 사실을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술한 자료와 간접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상당한 증거 또는 정보가 있는 경우는 중(50%)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내부고발자를 양성하기 위해서 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해 조사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고발은 조직 내에서 낙인이 찍힐 수 있고, 신고 과정에서 여러가지 불이익 등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보상조치가 있어야 담합, 사익편취, 부당하도급 거래 등 불공정 행위를 감시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제강사 담합 사건의 경우 제강사들이 시장에 미친 피해와 과징금 규모에 비춰 결코 많은 게 아니다”며 “포상금 제도를 더 널리 알려 공익제보자의 숫자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