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이후 가장 화제가 됐던 경제 뉴스는 단연 쿠팡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인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은 모든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55조원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는 전자상거래업체가 미국에서 수십조원으로 평가받을 줄은 증권가도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올 초만해도 쿠팡의 기업가치는 최대 300억 달러(약 33조원)로 예상됐다. 그러나 상장신고서를 제출하자마자 500억 달러(약 55조원)로 수직 상승했다. 한달 새 20조원 이상 가치가 급등한 것이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경쟁사의 수십배에 이른다.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이베이코리아는 5조원도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커머스업계의 후발주자인 티몬의 몸값은 2조원 대다.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국내 최대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4조4000억원에 팔렸다. 쿠팡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쿠팡이 이들보다 1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도 쿠팡의 고평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쿠팡이 공개한 작년 실적 중 괄목할 만한 지표는 전년 대비 약 2배 급증한 매출과 영업현금흐름 흑자전환 두 가지가 꼽힌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93% 증가한 121억달러(약 13조3000억원)로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영업현금흐름은 3억달러(약 3320억원)로 흑자전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18% 줄어든 5억3000만 달러(약 6000억원)였다. 매출총이익률도 전년도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용 부담과 물류센터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원가율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그러나 재무구조보다 성장성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적자 규모가 기업공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테슬라를 비롯해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등 적자 기업들이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증권가는 총거래액(GMV)과 주가매출비율(PSR)을 이용해 쿠팡의 기업가치를 판단하고 있다. 쿠팡의 지난해 총 거래액은 21조~24조원, 올해는 30조원으로 추정된다. 기업가치가 55조원일 경우 GMV 대비 기업가치는 작년 기준 2.56배, 올해 기준 1.83배다. 아마존의 절반 수준이다. PSR은 1.8~3.1배로 미국에 상장된 유니콘 기업들의 예상 PSR인 4배보다 낮다. 55조원이라는 숫자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무줄 기업가치가 쿠팡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가 호황을 보이고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상장 기업들의 몸값이 천정부지고 치솟고 있다. 상장 후 주가도 고공비행 중이다.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기업 스노우플레이크는 지난해 2월 상장 전 기업가치는 124억달러(14조7000억원)였으나 7개월 만인 9월 240억달러(28조원)으로 치솟았다. 현재 시가총액은 830억달러(92조원)로 불어났다. 미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 도어대시도 지난해 11월 상장 전 160억달러로 평가됐으나 상장 직전 300억달러(33조원)까지 가치가 치솟았다. 도어대시는 상장 첫날 주가가 86% 급등해 현재 시가총액은 670억달러(75조원)다.

이런 경향은 최근들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미국에서 상장 대어로 꼽히는 신선식품 구매대행앱 인스타카트는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177억달러로 평가됐던 회사다.

쿠팡은 아마존과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등을 합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50조원의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쿠팡의 충성 고객수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특화된 물류 배송 시스템 등도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상장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로 정해질 경우 2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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