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완전한 디커플링(단절)이 발생하면 미 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최소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미 상공회의소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사이에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화할 경우 미 항공 산업은 매년 380억~510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또 항공 산업 일자리는 16만7000~22만5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는 ‘미·중 디커플링의 이해’(Understanding U.S.-China Decoupling)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미 반도체 산업의 심각한 타격도 불가피하다. 반도체 분야에서만 연간 830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라지는 일자리는 12만4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미·중 간 경제 대립이 파국을 불러올 수 있지만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이 종종 간과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미 상공회의소의 제러미 워터맨 중국담당 책임자는 “미국의 (강경한) 정책들이 미국 기업들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상공회의소 보고서는 한 달 전 중국 내 유럽상공회의소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상공회의소는 당시 “미·중 대립 심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생산지 다변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상공회의소는 2017년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정책을 놓고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미국 및 유럽 경쟁 기업들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반발한 적이 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개시했고, 미 정부는 상공회의소 보고서를 54차례 인용해 중국을 공격하는 데 활용했다.

결국 미 상공회의소의 이날 보고서는 “중국 정부의 불법 행위를 간과해선 안 되지만, 완전한 디커플링으로 확전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