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대표이사(CEO) 직속 조직인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했다. 스마트폰, TV 등의 개발·마케팅·영업 등에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총괄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빅데이터 관련 조직을 모아 분석·예측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빅데이터는 SNS 등 디지털 환경에서 대규모로 생성된다. 특정 사이트 방문 기록, 카드 사용 실적 등이 대표적이다.

CEO 직속 빅데이터 조직 첫 설립

삼성, 흩어진 빅데이터 조직 'CEO 직속' 통합
18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빅데이터센터가 CEO 직속 조직으로 신설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전사 조직개편 당시 처음으로 빅데이터센터를 CEO 직속 조직에 포함시켰다.

빅테이터센터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IM(IT·모바일)부문, TV·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부문 등과 주로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장엔 2019년 4월 영입된 빅데이터 전문가 장우승 전무가 임명됐다. 장 전무는 1970년생으로 2015년까지 미국 미주리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후 2019년 3월까지 아마존에서 선임과학자로 일했다.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무선사업부 차세대플랫폼센터에서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각 사업부 빅데이터 조직 통합

빅데이터센터를 CEO 직속으로 설립한 건 상품 전략 수립 때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글로벌 기업에선 소비자 취향, 최신 트렌드와 관련한 빅데이터를 제품 개발 이전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분석한다. 삼성전자의 맞춤형 냉장고인 ‘비스포크’부터 향후 출시될 신발 관리기와 식물 재배기 등도 모두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기획된 제품이다.

현장에서 빅데이터의 활용도는 높아졌지만 회사의 빅데이터 전략을 총괄하고 삼성닷컴 등 각 플랫폼을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 분석을 전담하는 조직은 오랜 기간 없었다. 2013년 12월 당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총괄했던 IM부문 ‘미디어솔루션센터’ 산하에 빅데이터센터가 생겼지만 1년 뒤 미디어센터가 해체되면서 인력들은 각 사업부로 흩어졌다.

삼성전자 CE·IM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에도 빅데이터 연구 인력이 없진 않지만, 당장 제품에 적용하는 업무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관계자는 “빅데이터센터는 각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빅데이터 조직을 통합한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의 개발·판매 전략 등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전략혁신센터는 반도체부문으로 편입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선 CEO 직속이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DS부문으로 편입된 게 눈길을 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SSIC의 주요 업무는 차세대 기술 확보다. ‘삼성캐털리스트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다. 조직 변경은 센터장을 맡아 2017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 인수 등을 주도했던 손영권 사장이 지난해 12월 고문으로 물러난 영향이다. 앞으로는 반도체 관련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CEO 직속 조직으로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도 추가됐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산하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했다. 각 사업부에도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뒀다. 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전 단계에서 ‘지속 가능성’을 제품과 서비스에 구현하겠다는 의도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