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동인구 감소로 "하루 1만원 벌기도 빠듯해"

"코로나 이전엔 하루에 10만원은 벌었는데 작년 3월 즈음부터 매출이 뚝 떨어지더니 하루 1만원, 2만원 벌기가 어려워. 밥값도 안 되는 거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골목길에서 구두수선점을 하는 김정원(68)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1평(3.3㎡) 남짓한 그의 구둣방은 일감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

40년째 구두닦기와 수선을 해 왔다는 김씨는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유동인구가 확 줄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대폭 확대했고, 굵직한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지역에서 구두수선을 해 온 김씨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는 "보통 영업사원들이 영업을 하거나 중요한 회의가 있어야 구두를 닦는데, 코로나 때문에 회의든 영업이든 비대면으로 하니까 구두 닦을 일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에서 30년 넘게 구두수선대를 운영 중인 유모(78)씨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가버렸다.

사람들이 점심 먹으러 안 나오니까 따로 구두를 맡기질 않는다"고 했다.

빌딩에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면서 '고정 일감'도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중구 무교동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이모(64)씨는 "사무실을 돌며 구두를 한꺼번에 받아오는 것도 더는 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옛날엔 이런 게 주요 수입원이었는데, 코로나가 시작되고 수십년 다니던 사무실에서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구두를 닦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고층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중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구두수선대 수가 세자릿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중구가 111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92곳), 서초구(75곳), 영등포구(62곳), 종로구(56곳) 순이었다.

구두수선업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자 서울시는 지난해 대부료(컨테이너 등 시설물 사용료)를 10개월간 50% 감면하고 납부도 유예하도록 했다.

올해도 6월까지 50%를 감면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두수선대는 작년 한 해 동안 49곳이 사라졌다.

구두보다 운동화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 낡은 구두를 고쳐 신기보다 버리고 새 것을 사 신는 소비습관 등도 수선업 쇠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수선공들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 사태가 치명타로 작용했다.

김정원씨는 "구두 수선이 코로나로 힘들어진 건 맞지만 그 전에도 천천히 사양 산업이 되고 있었다"며 "젊은 사람들은 수선 기술을 안 배우지 않나.

우리가 죽고 나면 이 기술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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