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장식으로 가로선을 강조한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크롬 장식으로 가로선을 강조한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부진을 겪은 혼다가 비장의 무기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직접 만나본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쾌적한 패밀리 세단에 뛰어난 성능과 연비까지 갖춘 차량이었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0세대 어코드 기반의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시승 차량은 상급 트림인 투어링이었다. 외관은 10세대 어코드와 대동소이하다. 전면부는 크롬 장식을 더하면서 가로 선을 강조했다.

옆으로 길게 뻗은 헤드램프는 크롬 장식과 더불어 차량 디자인을 더 낮고 넓어 보이도록 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에는 스마트폰 넓이의 센서가 자리 잡았지만, 검은 색상 덕분에 눈에 띄지 않았다. 앞유리에는 겨울철 와이퍼가 얼어붙지 않도록 돕는 열선도 내장됐다.

측면은 B필러부터 날카롭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강한 인상을 만드는 가운데 새롭게 디자인된 19인치 휠도 스포티한 느낌을 줬다. 후면은 'ㄷ'자 리어램프가 인상적이다. 다만 제동을 하는 경우 'ㄷ'자 모두 불이 들어오진 않고 상단만 점등됐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실내 모습. 사진=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실내 모습. 사진=혼다
실내도 10세대 어코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좋게 보면 차분하고 나쁘게 보면 고루한 일본차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느껴졌다. 다만 편의기능은 크게 개선됐다. 8인치 메인 디스플레이는 약간 작은 크기에도 준수한 시인성을 갖추고 있었다. 운전자 눈높이에 맞춰 화면이 크게 기울어진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번 차량부터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무선으로 지원된다.

스티어링 휠에는 차로유지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혼다의 주행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이 자리잡았다. 계기반은 특이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합된 모습이었다.

우측 속도계는 바늘이 달린 아날로그 방식이고, 좌측은 작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차량의 에너지 흐름과 연비 이력 등을 표현했다. 계기반 너머로는 현재 속도와 간단한 주행 방향을 알려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마련됐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앞좌석 통풍시트 기능이나 스티어링 휠 열선,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등의 사양 역시 제공된다. 후진할 때 사이드미러가 측하방을 비춰주는 기능이나 뒷좌석·뒷좌석 안전벨트 리마인더 기능도 추가됐다.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뒷좌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뒷좌석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뒷좌석은 기대 이상으로 넓었다. 뉴 어코드의 축간거리는 2830mm로 국산 중형 세단 수준이었지만, 뒷좌석에 앉자 무릎 앞으로 주먹 3개 이상 들어갈 정도의 레그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감으로는 축간거리 3000mm와 비견될 정도다.

다만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에는 제약이 따랐다. 머리 부위 천장을 깊게 파놓았지만, 여유 공간은 손가락 하나 정도에 그쳤다. 키가 큰 성인 남성이라면 불편을 느낄 듯 했다.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날렵한 루프라인과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휠을 탑재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날렵한 루프라인과 새로운 디자인의 19인치 휠을 탑재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동을 켜고 주행에 나서자 전기차에 가까운 반응성과 함께 정숙성이 돋보였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32.1kg·m의 성능을 내는 2모터 시스템과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 토크 17.8kg·m의 성능을 내는 2.0L 엔진이 탑재됐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215마력이다.

통상 하이브리드차는 엔진이 주된 동력원이고 모터가 이를 보조하지만,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모터를 보조한다. 덕분에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에 가까운 주행 질감을 보였다. 주행 중 소음도 엔진음보다 모터음이 더 유입됐다.

주행모드는 기본 상태 외에 전기(EV), 스포츠, 에콘(ECON) 세 가지를 추가로 지원한다. EV를 누르면 전기차로 다닐 수 있고 스포츠를 선택하면 엔진 개입이 늘어나며 더욱 스포티한 주행을 할 수 있었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실내 모습. 사진=혼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실내 모습. 사진=혼다
다만 어떤 모드로 바꿔도 실내는 조용했고 진동도 적었다. 스포츠세단과 맞먹는 가속 반응성을 제공하지만 노면을 훑는 단단한 승차감이나 사운드제너레이터를 사용한 가상 배기음 등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운전의 재미는 줄었지만 고속에서도, 저속에서도 조용한 탓에 동승자는 편한 승차감을 즐길 수 있다. 뒷좌석도 쾌적하긴 마찬가지다.

혼다 센싱의 주행보조 기능을 작동시키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주행이 가능하다. 가족들의 운전기사를 자처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차량인 셈이다.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를 감지해 소리와 진동으로 알려주는 졸음방지 모니터 기능도 탑재됐는데, 없어선 안 될 기능이었다.

급가속과 감속, 반자율주행 등을 고루 시험한 시승 연비는 16.2km/L로 집계됐다. 공인 연비는 17.5km/L로, 안전하게 주행할 경우 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투어링의 가격은 4570만원이다. 동급 국산 하이브리드차에 비하면 1000만원 가량 높지만, PHEV에 가까운 차량 성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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