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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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중 유동성이 30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로 내린 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에 따른 차입금 조달이 늘어난 영향이다. 유동성이 늘어난 만큼 증시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동성 대비 시가총액 비중이 과거와 비교해 높지 않은 만큼 '증시 거품론'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0년 12월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통화량(M2·말잔)은 3199조8357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286조2261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60년 후 최대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를 말한다. 지난해 M2 증가율은 9.82%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월(9.88%) 후 최고치다.

M2 가운데 현금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등 현금성자산(M1)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M1은 지난해 말 1197조8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7%(244조9061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증가율 기준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가 보유한 통화량이 1616조6014억원, 기업 보유 통화량이 942조3344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각각 116조8855억원, 138조5389억원 늘었다. 모두 증가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시중 유동성이 지난해에 크게 불어난 것은 한은이 작년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저금리로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들자 가계·기업의 차입금 조달 수요도 폭증했다. 가계는 주식·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차입금 조달이 늘었다. 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말 988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100조5000억원(11.3%) 늘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자영업자 수요도 상당했다. 매출 감소로 부족해진 운영자금을 마련하거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수요가 늘었다. 은행 기업대출은 976조4000억원으로 107조4000억원 증가했다.

시중 유동성이 현금이 고수익을 좇아 증시·부동산에 흘러가면서 자산시장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 유동성(M2) 대비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61.8%로 2019년 말(50.6%)보다는 11.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2010년 말(68.7%), 2012년 말(62.8%)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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