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망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바야흐로 친환경 에너지의 시대다. 지난해부터 열풍이 불었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파리기후협약의 실행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은 세계 경제와 인류 생존에 대한 위협을 피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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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탄소국경세 부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은 더 이상 비싸지 않다. 세계 평균 기준 육상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원가는 ㎾h당 50센트 이하로 하락하고 있다. 화석연료 단가보다도 낮은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제 경제 주체들은 윤리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유인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했던 한국전력은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 왔다. 지속되는 석탄 발전 투자계획은 대내외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해외 석탄 투자 철회 운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외국계 자본의 투자 철회가 현실화되기도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주목받으면서 한국전력에 대한 관심은 더 멀어졌다.

2020년 말 정부가 전력요금 체계 개편을 발표하면서 전환점은 일단 마련했다. 요금제 개편의 핵심은 ‘원료비 연동제’와 ‘기후환경요금’의 신설이다. 원료비 연동제 시행에 따라 유가 변동에 따른 실적 전망의 변동성이 낮아질 전망이다. 기후환경요금 부과로 인해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친환경 발전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발맞춰 제5차 신재생기본계획도 발표됐다. 친환경 발전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RPS(신재생의무공급) 의무 부과 대상 발전소를 확대하는 한편, 기업의 RE100 캠페인(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협약)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반 업체의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이는 REC 수요를 확대해 REC 가격 안정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활성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력으로서는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요금체계 개편으로 비용 전가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자 우려는 크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원료비 연동제 시행에 따라 2021년 상반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유가 하락이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 하락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반등으로 하반기에 전기요금은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가 상승이 충분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아직 의문이다. 이번 개편안에 전기요금 변동폭에 제한을 두고 있고, 정부의 유보 조항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급등했던 주가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의 경영진이 지난해 말 CEO 간담회를 통해 원료비 변동이 요금에 반영될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보수율 달성이 가능함을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전력사업에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전력의 적정 이익 확보는 중요하다. 재생발전사업 역시 적정 이익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한국전력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목표는 정부 전체 목표의 절반에 가깝다. 한국전력의 사업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적정 이익 확보가 전제돼야 민간 투자 유도가 쉬워진다.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한국전력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약 15조~17조원으로 추정되며, 순이익 기준으로는 3조원가량을 달성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전력 주가는 정책에 따라 좌우돼 왔다. 한번 큰 흐름을 타면 그 흐름이 수년간 지속되곤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기 판매량이 하락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유가 하락에 따라 낮아진 원가를 바탕으로 전기요금 개편에 성공했다. 친환경 발전 정책과 한국전력의 적정 이익 보장이라는 정책적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한국전력의 이익이 보전되는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진다면 투자자의 관심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전력, 전기요금 개편으로 전환점 마련…친환경에너지 사업이 관건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어렵게 마련한 정책인 만큼, 원칙에 따라 적정 이익으로 회귀하는 한국전력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jay.ryu@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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