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 숙제는 또 미룬 '전국민 고용보험'
'노사정은 향후 지출 추이 및 재정 전망, 노사 부담능력 등을 고려하되 사회적 논의를 거쳐 반복수급 등 실업급여 제도 개선 등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키로 한다.'

고용보험위원회가 지난 15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세부적용 방안'을 발표하며 각주 형태로 담은 문장이다. 이날 발표에는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방과후강사 등 11개 직종 특고에 대해 고용보험을 전면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 1월부터는 대리운전·퀵서비스 기사도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시장 충격을 우려해 고용보험 적용 직종을 순차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경영계 목소리는 받아들이지 않고 고용보험 대상을 대폭 확대하면서 재정 건전화 방안은 또다시 추후 과제로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실업급여 반복수급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연구용역을 발주해 해결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해결 방안 발표는커녕 마무리됐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실업급여 반복수급 방지 등과 관련한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라며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곧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보험제도개선TF는 2017년 9월 출범했다. 3년 넘게 활동하면서 반복수급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지난해 하반기가 처음이다.

재정 건전성 방안 마련과는 별개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 확대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계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고용보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술인에 이어 오는 7월부터는 보험설계사, 신용카드⋅대출모집인, 학습지교사, 방문교사, 택배기사, 대여제품방문점검원, 가전제품배송기사, 방문판매원, 화물차주, 건설기계종사자, 방과후강사가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현행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직종들이다. 방과후강사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 직종은 아니지만 보호 필요성, 관리 가능성 등을 감안해 우선 적용키로 했다.

보험료율은 임금근로자(1.6%)보다는 낮은 1.4%로 정해졌다. 근로자와 달리 육아휴직급여 등이 적용되지 않고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만 적용되는 점이 감안됐다. 논란이 됐던 보험료 분담 비율은 사업주와 특고 종사자가 각각 0.7%씩 부담하게 된다.

경영계는 그동안 특고와 사업주의 분담비율 차등화(특고 75%, 사업주 25%)와 적용직종 최소화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보험위원회 발표 직후 비판 성명을 낸 배경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