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난데없이 '포장재 사전 검열' 하자는 與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겠다며 모든 제품의 포장재에 대해 사전 검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막대한 검사비용 부담과 신제품 출시 지연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식품, 화장품, 세제, 잡화, 의약외품, 의류, 전자제품, 완구류 등 포장재를 사용하는 사실상 모든 신제품과 기존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포장재 사전 검열’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재질, 포장 방법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적용 대상 기업이 10만 곳에 달한다.

법안은 공포 1년 뒤 시행하되 시행 후 2년 안에 기존 판매 제품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현행법에선 환경부 장관이 포장재질, 포장방법 등의 겉면 표시를 권장할 뿐 강제하진 않고 있다.

업계에선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가 6만여 곳, 등록된 제품 품목만 120만 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식품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장 검사가 가능한 기관은 한국환경공단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두 곳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장재 검사를 받는 데 1주일에서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돼 신제품 출시가 줄줄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대한화장품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정보기술산업협의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업종별 대표단체는 일제히 ‘반대’ 의견서를 국회나 환경부에 제출했다. 여기엔 외국 기업을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한유럽상공회의소도 동참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