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탐구 - 문창기 이디야 회장

외국계 맞서 국가대표 커피 브랜드 키운 '일등공신'

"한국의 스타벅스로 키울 것"
수평적 조직문화·상생 경영 선도
"남이 흉내 못 내는 것 만들라"
일러스트= 김선우 기자 naeeju@hankyung.com

일러스트= 김선우 기자 naeeju@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숨죽이던 커피업계가 들썩였다. 19년간 토종 커피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켜온 이디야커피의 첫 커피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간 6000t을 생산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의 공장이다.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코로나19로 매장 내 소비가 급감할 때였다. 다른 토종 커피 브랜드들이 잇따라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시기였다.

문창기 이디야 회장은 “드림팩토리는 이디야 미래 20년을 위한 것”이라며 공장 설립을 밀어붙였다. 그의 역발상은 적중했다. 공장 가동 10개월째인 드림팩토리는 현재 하루 3교대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코로나19로 가맹점 전체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했지만 스틱커피와 캡슐커피 등 홈카페용 제품은 크게 늘었다. 자체 로스팅으로 원두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브랜드 경쟁력도 업그레이드됐다. 매장 중심의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던 이디야커피가 종합 식품 제조와 유통으로 사업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코로나19에도 300개씩 매장 늘어
커피는 세계인의 음료다. 나라마다 ‘국가대표 브랜드’가 있다. 미국엔 스타벅스, 이탈리아엔 일리, 캐나다엔 팀홀튼, 일본에는 도토루 등이다. 문 회장은 1988년 동화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삼성증권 등에서 금융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4년 문 회장은 지인의 회사 매각을 돕다가 우연찮게 이디야커피를 인수하며 커피산업과 연을 맺었다. 당시 매장 수 80개. 직원도 10명에 불과했다.

인수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다짐은 하나.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수 16년 만에 이디야커피는 본사 매출만 2207억원, 3300개 가맹점 매출을 합치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가 됐다. 직원 수는 430여 명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등은 카페 영업에 차질을 빚었지만 이디야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이디야의 지난해 배달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평균 480% 이상 증가했다.

이디야커피의 중단 없는 성장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가맹점 우선 정책이다. 이디야커피는 초기부터 가맹점 우선 정책을 펴왔다. 인테리어 거품을 빼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보다 개점 비용을 30% 이상 줄였고, 로열티도 월 25만원으로 고정했다. 카페 브랜드가 수백 개에 이르는 한국에서 이디야에 가맹가입 문의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디야엔 3000명의 스승이 있다”
소통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문 회장은 평소 “이디야에는 3000여 명의 선생님이 있다”고 말한다. 출신, 직업, 살아온 인생이 전부 다른 가맹점주들이다. 본사 소속 관리자들은 전국 이디야 매장을 정기적으로 돌며 이들 가맹점주의 얘기를 듣는다. 문 회장 자신도 이들에게서 직접 현장 얘기를 듣는다.

어려울 때 부담을 같이하는 상생정책도 시장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최근 여는 이디야커피 매장은 대형화되고, 건물주가 직접 매장을 유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과거엔 퇴직자나 서민들이 많이 가맹점을 냈다면 이제는 가맹점주 출신도 많이 다양화됐다. 그러나 가맹점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문 회장의 상생경영은 변하지 않았다. 2017년 최저임금 인상의 법 개정으로 가맹점주의 부담이 커지자 문 회장은 업계 최초로 커피 원두 등 원부재료 일부 품목의 공급가를 15~30% 인하했다. 당시 인하한 가격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맹점이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는 전 가맹점을 대상으로 3월과 4월 두 달간 로열티를 면제하기도 했다. 전 매장에 원두 두 박스와 방역물품 등을 무상 공급해 총 25억원 상당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9월에도 가맹점마다 마스크 200개 및 스틱커피 증정용 키트 등을 무상 지원했다. 문 회장은 연간 상생비용으로 100억원을 쓴다.
‘막힌 데는 뚫고, 굽은 데는 펴자’
문 회장은 ‘늘 반성하는 최고경영자(CEO)’다. 끊임없이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디야커피의 임직원 평균 연령은 32세. 젊은 회사인 이디야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작년 8월 직급제를 전면 폐지했다. 대리 과장 차장 등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라는 호칭만 남겼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는 그의 의지였다.

이디야커피에는 ‘막뚫굽펴’라는 제도도 유명하다. 2015년 문 회장이 가맹점주와 직원의 솔직한 제안을 듣고 싶다며 도입한 것. ‘막힌 데는 뚫고, 굽은 데는 펴자’는 뜻의 사내 제안제도로 아이디어를 낸 사람, 이를 반영해 시행한 사람 모두에게 포상을 했다. 이를 통해 ‘가맹점주 자녀 캠퍼스 희망기금’ ‘전 임직원 현장동행 방문’ 등이 생겼고, 대표적 사내 문화가 됐다. 캠퍼스 희망기금은 대학 입학 자녀를 둔 가맹점주가 서류만 제출하면 20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로 작년에만 84명의 가맹점주가 대학 입학 등록금을 받았다. 이디야 직원들은 3000만원 한도의 무이자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연 120만원 상당의 생필품 구입비를 포함해 체력단련 비용, 외국어 학습 비용 등을 지원받는다.
세계로 향하는 이디야의 꿈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이디야커피는 첨단 공장 가동과 배달 서비스 강화라는 두 축으로 새로운 도약의 준비를 마쳤다. 문 회장의 눈은 오래전부터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다. 자체 공장에서 음료 파우더와 스틱커피, 원두 로스팅 등을 모두 구현할 수 있게 만든 건 수출을 향한 포석이다. ‘대한커피만세’라는 슬로건으로 2018년 국내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의 최대 후원사로 나선 것도 이디야가 국가대표 커피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밑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디야가 성인이 되는 2021년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디야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토종 커피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며 환경과 사회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 문창기 회장은

△1962년 경북 봉화 출생
△영일고, 고려대 졸업
△1988년 동화은행 입사
△1999년 삼성증권 지점 투신 팀장
△2000년 유레카벤처스 대표이사
△2004년~이디야 대표이사 회장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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