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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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대응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쿠팡의 상장 시기(3월)와 기업가치 평가 규모(약 55조원), 신규 조달 자금 사용처(한국 물류인프라에 투자) 등이 모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3억달러 흑자로 전환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매출 성장세 역시 업계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실적 등을 담은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매출 성장률을 40% 정도로 추정했다. 실제 성장률은 91%였다.

쿠팡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e커머스(전자상거래)’라고 규정한 것도 업계를 긴장시키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까지 스스로를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라고 강조해왔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앞으로 e커머스 업체로서 한국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며 시장 장악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며 “온·오프라인 구분 없는 커머스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통업계는 쿠팡의 선전포고에 발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마침 이날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은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개발 등 IT개발직군에서 수십 명을 뽑겠다고 공지를 냈다. G마켓, 옥션 운영사인 이베이도 이달 초 100명에 가까운 인력 채용 계획을 밝혔다. 쿠팡이 앞으로 5년간 기존 인력(5만 명)만큼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전자상거래업체 간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국내 유통산업의 ‘원 톱’이 되겠다고 호언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비대면 소비의 추세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쇼핑은 엔터테인먼트와 경험이란 측면에서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며 “롯데쇼핑, 이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전국의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에 좀 더 박차를 가한다면 쿠팡, 네이버 쇼핑 등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2조원(연결기준, 전년 대비 15.6% 증가)의 매출을 올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