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관 옵트론텍 대표가 올해 경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홍사관 옵트론텍 대표가 올해 경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광학부품 전문기업 옵트론텍의 중국 톈진 렌즈 공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설 작업이 한창이다. 라인을 추가로 설치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용 렌즈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사관 옵트론텍 대표(부회장)는 15일 “고객사 의뢰를 받아 렌즈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자율주행 렌즈 매출은 최소 작년의 2.5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홍 대표가 말한 고객사는 글로벌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다. 전기차 모델별로 7~9개 렌즈가 장착되는데 이 중 상당량을 옵트론텍이 책임진다. 자율주행 수준이 높아질수록 렌즈 개수도 늘어난다. 옵트론텍은 벤츠에 자율주행 렌즈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핵심 신사업 중 하나인 자율주행용 라이다도 결실을 본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빛)로 대상을 탐지해 3차원 공간 정보를 인식하는 첨단 광학장비다. 옵트론텍이 렌즈부터 커버글라스 모듈까지 일괄 생산하는 라이다가 국내 완성차업체의 자동차에 장착될 전망이다. 그 덕분에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에서 올해 25%가량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는 “전기차 및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서 눈 역할을 하는 렌즈의 성능이 중요해졌다”며 “국내 최고 광학 전문가들이 고객사가 원하는 사양에 맞게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쟁력이 빛을 발하는 또 다른 부문은 스마트폰의 ‘폴디드 줌’ 카메라다. 폴디드 줌은 광학 줌으로 여러 개 렌즈를 활용해 멀리 있는 피사체를 가까이 당겨 촬영하는 방식이다. 잠망경처럼 광학 프리즘을 통해 빛을 굴절시켜 렌즈와 센서를 수평 배치해 줌 기능을 구현한다. 소프트웨어로 멀리 있는 화면을 단순히 확대하는 디지털 줌과 달리 화질 저하가 없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옵트론텍은 국내에서 유일한 프리즘 생산 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육박한다.

홍 대표는 “스마트폰을 차별화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카메라”라며 “폴디드 줌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폴디드 줌은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에 이어 갤럭시S21 울트라에 채택되는 등 이제 막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성능을 인정받은 덕분에 폴디드 줌은 다른 스마트폰 브랜드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 삼성전자가 채택해 성능이 입증된 만큼 2위, 3위 업체도 폴디드 줌 기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카메라 모듈 업체가 어디냐를 떠나 옵트론텍의 프리즘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옵트론텍은 스마트폰의 카메라 개수가 증가하는 멀티 카메라의 수혜도 보고 있다. 카메라 개수가 늘어날수록 필름 소재로 만든 광학필터 수요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옵트론텍은 이 필터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성장 기대 품목 중 하나인 밴드패스필터(특정 영역대 파장만 통과시켜 지문 홍채 등을 인식하는 부품) 특허 소송이 일단락된 것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기업과의 소송은 전환사채 평가손과 함께 지난해 순손실의 원인이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를 통한 소송 비용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가는 이 소송이 마무리되고 프리즘과 렌즈 등 광학사업이 순항하면서 올해 옵트론텍이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2021년은 옵트론텍이 로컬 플레이어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