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車 판매량 증가로 반도체 수요 급증
파운드리업체 증설 나섰지만 역부족

D램 가격도 8개월 만에 상승
서버·모바일용 수요 확대 영향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이 8개월 만에 올랐다. 구글 등의 서버 투자 재개와 5G 스마트폰 출시 확대로 D램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PC D램 범용제품(DDR4 8Gb 2133㎒) 고정거래가격은 3달러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5.26% 상승했다. 고정거래가는 기업 간 대량 거래 때 활용되는 계약가격이다. 고정거래가가 오른 건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글로벌 시장 덮친 '반도체 품귀' 공포

1월 D램가격 5% 상승
최근 D램 시장 전반에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서버 D램 시장에선 구글, 아마존 등이 서버 신·증설을 목적으로 D램 구매를 재개했다. 5G 스마트폰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중국 오포, 비보 등도 모바일 D램을 대량 구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C D램 가격 상승은 노트북, 게임용 PC의 인기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D램 제조사들은 공급 확대에 소극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시설투자는 작년보다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D램보다는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투자 확대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에선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에 서버용 D램 등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전 분기보다 최대 1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 심각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선 ‘공급 부족’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자, 자동차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그래픽 처리, 데이터 통신, 신호 변환, 연산 등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의 반도체 생산량이 소비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세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스템 반도체가 장착되는 가전, 스마트폰, 차 등의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반발소비 확산,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 확대 영향으로 늘고 있다.

파운드리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잡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생산할 수 있는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미만 초미세공정의 생산능력 한계 때문이다. 초미세공정엔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인데, 연간 생산량이 40대 수준이다.

반면 AI, 5G 등의 확산과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 기술 발전 등으로 AP, GPU, 차량용 반도체 등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원하는 만큼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후폭풍은 자동차와 전자업체가 맞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 GM, 아우디폭스바겐그룹 등은 전장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1분기에 중국, 북미 등에서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파운드리업체 생산량 부족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이 긴급하게 ‘반도체 공급 확대’를 요청하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일부 생산라인을 ‘차량용 반도체’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대만 파운드리업체 VIS는 올해 시설투자(CAPEX) 규모를 51억대만달러(약 2040억원)로 결정했다. 지난해 투자액(35억4000만대만달러) 대비 44.1% 증가한 규모다. VIS는 고객사 주문을 받아 주로 지름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6~7위권 업체다. 차량용 반도체 주문이 쏟아지는 영향으로 전년 대비 시설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선 키파운드리가 조만간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에서 분리돼 지난해 3월 사모펀드(PEF)에 매각된 8인치 파운드리업체다. 후방감지 센서 등을 주문받아 생산한다.

대만의 TSMC, UMC 등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일부 라인을 차량용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엔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오히려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엑시노스 오토’ 등을 독일 아우디에 공급했고 차량용 D램도 개발·생산 중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 경력직 채용도 시작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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