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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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월 중 소상공인 지원금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별 지원금을 먼저 준 후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추후 방역 상황을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선별·보편 지원금을 동시에 지급하자던 정치권의 요구에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잇따라 밝혀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버티기 전략이 통했다는 해석이다.

신속성 중요선별 우선 가닥

1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및 올해 1차 추경 편성 방안이 당정 간 절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당정청 논의에서 당은 선별과 전 국민 지원금을 무조건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대신 정부는 3월 이후에야 4차 지원금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 대신 설 연휴 직후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를 없애고 지원금액은 더 두텁게 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정의 이런 발언들은 선별과 전국민 지원금을 추경 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별 지원금은 논의 속도를 최대한 앞당겨 3월 중에 지급하되 전 국민 지원금은 방역 상황을 지켜본 후 추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방역이 우선…국가재정법도 고려

이런 절충안이 부상한 것은 코로나19 3차 확산 기간이 유례없이 길어지면서 피해 계층에 대한 신속·추가 지원 필요성이 높아진 반면 방역 상황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전국민 지원금을 주면 국민들이 방역은 괜찮으니 소비를 확대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임을 자제하라는 권고와 상충된다는 점도 전국민 지원금을 주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집행 시기를 예단할 수 없는 전 국민 지원금 재원을 당장 긴요한 목적의 자금만 조달하도록 규정돼 있는 추경 형태로 편성하는 것이 국가재정법상 허용되기 어렵다는 점도 이같은 절충안이 검토되고 있는 이유로 거론된다.

다만,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금을 더 두텁게 주겠다고 한 만큼 5조원 정도였던 3차 지원금보다는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대 10조원 수준까지 금액을 늘려 선별 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넓히고 지원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앞서 최대 300만원이었던 지원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별 지급 바람직" 홍남기 버티기 통했나

관가에서는 당정의 이같은 기류 변화에 대해 홍 부총리의 버티기 전략이 통했다고 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선별 지급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저항한 것이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말부터 전국민 지원금 지급을 두고 정치권과 지속적으로 각을 세웠다.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4차 지원금은 지급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국제금융기구나 연구기관 분석대로 선별지급이 보다 효율적이고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과도한 국가채무는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이고 나중을 위해 가능하다면 재정여력을 조금이라도 축적하는 것도 지금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 보편 지원과 소상공인 등 소상공인 지원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하자 불과 4시간 뒤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9일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선별·보편지급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는 이튿날 "추가 지원금은 '더 두터운 지원, 사각지대 보강지원'을 검토할 것"이라며 선별 지원 방침을 재확인 했다.

다만, 보편지급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선별 지원금을 우선 지급하더라도 이번 추경 예산안에 보편 지원금 재원을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고 있어서다. 이 방식이 국가재정법상 어렵다면 선별 지원금만 담기는 방식의 1차 추경을 한 후 곧바로 2차 추경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