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디지털 금융의 미래는 ‘고객·소통·개방’"
수천만명 대의 플랫폼 이용자를 무기로 금융업에 도전장을 던진 빅테크(대형 IT 회사) 기업들. 혁신과 속도를 무기로 금융 서비스를 잠식해가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업체들. 이 틈바구니에서 은행, 보험 등 ‘레거시(기존) 금융사’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기존 금융권에서 디지털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CEO(최고경영자)로 꼽히는 손병환 농협금융회장은 지난 9일 “‘고객, 소통, 개방’을 통해 디지털 금융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농협금융은 이날 손 회장과 전 계열사 디지털 최고책임자들이 참여하는 'DT(디지털전환)추진최고협의회'를 열고 디지털 금융 전략에 대한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손 회장은 “금융사들과 빅테크간의 치열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금융사는 일상을 녹여낼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금융사는 여전히 공급자 중심으로 사고해 다양해진 소비자의 필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은행들은 자금관리시스템(CMS) 수수료에 집작해 빅테크 업체에 간편송금 시장을 빼앗기게 됐다는 게 손 회장의 설명이다.

손 회장은 “앞으로의 농협금융의 디지털 금융 사업은 고객, 통합, 개방으로 요약된다”고 했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지 여부를 모든 사업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그는 농협은행의 뱅킹 앱인 ‘올원뱅크’를 농협금융 전 계열사의 관문으로 만들고, 결제·투자·보험 등의 서비스를 모두 공급하는 ‘내손안의 금융비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농협은행은 현재 6개의 뱅킹 앱을 개인, 기업용 스마트 뱅킹 2개로 통합하고, 나머지 계열사의 앱도 통합 플랫폼인 올원뱅킹과 연동될 수 있게 고도화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다양한 외부 플랫폼에 서비스를 폭넓게 개방하고,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 생태계는 개방과 협력을 통해 성장한다”며 “구성원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초 취임한 손 회장은 농협은행디지털금융부장 시절이던 2015년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로 오픈API 서비스를 내놓아 국내 오픈뱅킹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이고, 오픈API란 누구든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래밍 명령어 묶음(소스코드)이다.

농협금융은 DT를 추진하기 위해 지주사가 그림을 그리고, 계열사가 실행하는 역할을 명확정립하고, 성과지표도 DT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혁신은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노력이 쌓여야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