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요 은행 전국 영업점에는 설 명절을 1주일 앞두고 한 통의 공문이 전달됐다. 설 연휴에 별 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2018년 추석에 전산 장애로 우리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올해는 은행 본점들에 ‘정보기술(IT) 비상 대기조’까지 꾸려졌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형 은행들은 전산 시스템을 사전 점검하고 연휴 비상 인력을 예년보다 더 많이 배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본점과 전산 부서에서만 90여 명이 연휴 기간에 일한다. 각 영업점에는 현금자동화기기(ATM) 가동이 멈추지 않도록 충분한 현금과 수표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신한은행도 시스템 운영 상황반을 구성하고 연휴 기간 매일 영역별로 15명 안팎의 인원이 교대 근무하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전산 시스템을 일시 증설해 시스템 과부하에 대비했다. 우리은행도 IT 비상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고 전산 사고 대비 인력을 300명 규모로 늘렸다. 농협은 카드 고객센터에도 비상 근무 인원을 추가했다.

은행마다 비상이 걸린 이유는 ‘명절 트라우마’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18년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뒤 그해 추석 타행 공동망 장애가 발생했다. 모바일 뱅킹 타행 송금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설 연휴 전에는 KB국민 롯데 농협 등 카드 3개사에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다. 2012년에는 은행 두 곳과 롯데카드, 솔로몬저축은행, 키움증권 등에서 줄지어 전산 사고가 발생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