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실업자 157만명 '최다'

보건업 고용 사상 첫 감소
코로나 감염 두려워 한 노인들
일자리 신청 늦어져 채용 차질

정부는 또 세금일자리 반복
홍남기 "고용 심각성 엄중 인식
1분기 중 90만개 일자리 공급"
올해 1월 실업자 수가 157만 명으로 1999년 6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뒤 최대를 기록했다. 구직자들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올해 1월 실업자 수가 157만 명으로 1999년 6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뒤 최대를 기록했다. 구직자들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새해 첫 달 고용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사상 최악의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는 역대 최다, 실업률은 2000년 후 최고, 취업자 감소폭은 1998년 후 최대였다. ‘고용 쇼크’를 넘어 ‘고용 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80만 개에 이르는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 개시의 지연이다. “세금 일자리 확대에만 치중하는 정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자 사상 첫 150만 명 돌파
지난달 26일 한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1% 상승한 것으로 나오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라고 썼다. “빠르고 강한 경제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는 자화자찬도 이어졌다.

하지만 10일 발표된 지난달 고용동향은 한국 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내수 시장이 곪을 대로 곪은 것이다.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62만8000명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폭 감소였다. 지난달엔 취업자 감소폭이 98만2000명까지 커졌다.

실업자는 41만7000명 늘어 157만 명에 이르렀다. 이전 최고 기록인 149만 명(1999년 6월)을 넘어섰다. 실업률은 5.7%로 1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인 2000년(5.7%)과 동률이다. 취업자가 아니면서 취업 노력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월 86만7000명 늘어난 1758만 명이었다. 역시 사상 최대다.
21년 만에 최악 실업률…노인 일자리 '착시' 걷히자 참담한 민낯

“노인 일자리 착시 사라지자 고용난 심화”
통계청은 고용난이 심해진 데 대해 “작년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대면 서비스업 고용이 악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숙박·음식점업(-36만7000명), 도소매업(-21만8000명) 등 대면 서비스가 많은 업종에서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대면 요소가 적고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4만6000명),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1만5000명), 정보통신업(-1만4000명) 등도 일자리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그간 고용난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2013년 통계 집계 후 처음 줄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7만4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한 해당 분야에는 ‘노인일자리’가 많다. 정부가 세금으로 월 20만~30만원의 인건비를 주는 일자리다. 그런데 새해 초 노인일자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보건업 고용에 직격탄이 됐다.

노인일자리 전담 공공기관인 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새해 사업 개시를 미룬 영향 등으로 대부분이 1월 하순 이후에 시작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매달 15일을 전후해 이뤄지는 고용 통계 조사 이후에 대부분의 노인일자리 사업이 시작되면서 관련 취업자가 적게 집계됐다고 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재정일자리 공급의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고용 시장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기업 규제 강화가 고용 쇼크 키워”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날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고용 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재정 일자리 및 재정 투입 확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1분기에 재정 일자리 90만 개 이상을 공급하고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등을 3월까지 전액 지급하겠다”고 했다. 민간 일자리 창출 노력도 하겠다고 했지만 여수 석유화학공장 신·증설 등 2건의 투자에 대한 애로 해소, 규제샌드박스 확대 등에 그쳤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중대재해법, 공정경제3법 등 규제를 강화한 것도 민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한 반성과 정책 전환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투입만 많이 하고 효율적으로 못 쓰는 것도 문제”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무분별한 현금 지원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신산업 육성, 경제 구조 개선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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