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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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둔 지난주 주요 은행 전국 영업점에는 공문이 전달됐다. 지점 시설물과 현금 인출기를 미리 철저히 점검하라는 내용이었다. 각 은행 본점마다 ‘IT(정보기술) 비상 대기조’도 꾸려졌다. 만약에 생길 수 있는 전산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명절을 앞두고 은행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연휴 전후 금융 거래가 어느 때보다 집중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비대면 거래 수요도 크게 늘어난 만큼 평년 보다 더욱 사고 대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은 전산 시스템을 사전 점검하고 연휴 비상 인력을 예년 보다 늘려 배치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본점과 전산 부서에 90여명이 연휴 기간 근무한다. 각 영업점에는 ATM(현금 자동화기기) 가동이 멈추지 않도록 충분한 현금과 수표를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신한은행도 시스템 운영 상황반을 만들고 연휴기간 매일 영역별로 15명 안팎의 인원을 교대 근무하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전산 시스템을 일시 증설해 시스템 과부하에 대비했다. 우리은행도 IT 비상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고 전산 사고 대비 인력을 300명 규모로 키웠다. 농협은 카드 고객센터에도 비상 근무 인원을 추가했다.

은행마다 비상이 걸린 건 과거 명절마다 금융사 전산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뒤 그해 추석 대규모 전산 장애를 겪었다. 모바일 뱅킹 거래가 되지 않거나 타 은행 송금이 먹통이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은행 측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2014년 설 연휴 전에는 카드3사(KB국민, 롯데, 농협)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터졌고, 이에 앞서 2012년에는 은행 두 곳과 롯데카드, 솔로몬저축은행, 키움증권 등에서 줄지어 전산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은행들은 IT서비스 역량이 과거 보다 높아진 만큼 사고 우려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고향을 직접 찾는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비대면 거래는 그만큼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며 “가족을 노린 보이스피싱 등도 기승을 부릴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