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부품, 성능은 독일·일본급, 가격은 저렴
완성차업체 요구에 대응하는 역량은 세계 최고
테슬라는 전기자동차만 만든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여러 측면에서 설계가 다르다. 내연기관차는 가장 무거운 부분인 엔진이 앞쪽에 있지만 전기차는 무게중심인 배터리가 차 바닥에 있다. 전기차 모터는 엔진에 비해 소음이 작아 타이어와 흡차음제도 달라야 한다. 배터리 때문에 차체가 더 무겁기도 하다.

테슬라는 초기부터 스포츠카인 로드스터, 프리미엄 세단인 모델S 등으로 고급차 이미지를 추구했다. 하지만 신생 업체여서 자금은 충분치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발굴한 게 한국 부품사들이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독일이나 일본 부품업체들과 맞먹는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90% 안팎으로 저렴하다. 한국의 까다로운 완성차업체들에 공급하면서 실력을 갈고닦은 덕에 고객의 요구 사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능력에서는 세계 최고로 꼽힌다.

테슬라의 주요 차종에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만도(63,400 +0.16%)의 조향장치, 한온시스템(17,450 +0.58%)의 열관리시스템, 대한솔루션의 흡차음제, 엠에스오토텍(8,480 +16.48%)의 경량화 섀시(차 뼈대) 등이 들어간다. 테슬라에 납품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업계에서 지명도를 높인 한국 부품사들은 다른 완성차업체들로부터도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기차는 자체 소음이 적어서 이른바 'NVH(소음·진동·거슬림)' 관리가 승차감을 크게 좌우한다. 타이어는 노면의 마찰 소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타이어는 테슬라의 준중형 세단 모델3에 이어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모델Y에도 주력 납품사로 결정됐다. 대한솔루션은 국내 흡차음제 시장을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고, 미국에도 현대·기아 납품용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테슬라의 낙점을 받았다.

전기차 배터리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추워지면 배터리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그런데 전기차는 엔진 열로 히터를 돌리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를 써서 히터를 돌려야 한다. 겨울철에는 배터리 소모가 더욱 커진다는 얘기다. 그만큼 차량 열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글로벌 자동차 에어컨·히터 2위인 한온시스템은 1위 덴소(일본)과 달리 일찌감치 전기차용 열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엠에스오토텍은 자동차용 섀시를 고온으로 가공할 때 강도를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 '핫스템핑' 공법으로 전기차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테슬라 주요 차종에 섀시를 공급 중이며, 특히 테슬라가 출시를 준비 중인 대형 트럭 '세미'에는 거의 전량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구매팀에 애플 출신들을 대거 채용해 애플식 공급망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부품사의 제조 역량과 원가 등을 다양한 경로로 미리 조사해 자신이 원하는 성능과 가격을 관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급망 정보를 완벽하게 파악해 원가를 관리하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화이트박스' 전략이다.

테슬라에 공급 중인 한국의 한 부품사 CEO는 "5년 전 테슬라에서 먼저 구매 제안이 왔고, 받아들였더니 직원 한 명이 와서 3주 동안 상주하면서 우리 회사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갔다"며 "협상 과정에서 동종 부품사 수십곳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을 보며 향후 성장할 만한 회사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대부분 완성차업체들이 사고를 대비해 한 부품에서 두 개 이상의 부품사를 활용하는 '멀티 벤더' 전략을 쓰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아직 한 부품사 제품만 쓰는 경우가 많다. 아직 판매량이 많지 않은데다, 전용 부품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선 한 부품사를 집중적으로 키워주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주력 공급사인 파나소닉 외에 한국의 LG화학(876,000 +1.39%), 중국의 CATL 등 다수의 협력사를 두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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