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에베레스트에서 죽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내가 가려고 하는 화성도 그렇다. 위험이 매우 크지만 그래도 나는 화성에 갈 것이다.”세상은 일론 머스크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로 알고 있지만 테슬라 못지않게 우주 탐사도 그에겐 중요한 꿈이다. 머스크는 2002년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야심 찬 선언과 함께 스페이스X를 세웠다. 세상은 괴짜 천재의 망상 정도로 치부했고 개발 지연과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스페이스X의 파산설은 끊이지 않았다. 테슬라 투자자들이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에서 손 떼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꿈을 하나씩 실현하며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기업가치 6년 만에 여덟 배로지난해 5월 30일은 세계 우주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었다. 스페이스X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비행사 두 명을 태운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했다. 이곳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린 역사적인 장소였다. 민간 기업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 것은 스페이스X가 처음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지 9년 만에 새 시대를 열었다”며 “머스크가 스페이스X 설립 18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했다.크루 드래건은 혁신의 집약체로 평가받는다. 기존 우주선과 달리 전적으로 자동 운항하고, 테슬라 전기차처럼 버튼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한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우주선이 얼마나 혁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비행사들이 입은 우주복은 과거의 둥근 헬멧, 뚱뚱한 모양의 우주복과 달리 몸에 착 붙고 편리한 일체형으로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했다.스페이스X의 궤적은 지도에 없는 길이었다. 스페이스X의 ‘드래건’은 민간 기업이 만든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우주 화물선이다. 스페이스X는 NASA에 의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하는 사업자로 선정됐고, 세계 최초로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는 데도 성공했다. 시장은 2014년 120억달러였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지난해 1000억달러(약 112조원)로 평가했다.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는 자금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지분 54%를 보유하고 있다. 우주시대 여는 혁신 플랫폼도전은 시련을 불러왔고, 성공 뒤엔 무수한 실패가 있었다. 2008년 9월 첫 로켓 팰컨1을 발사하기까지 연료 누출, 제어장치 이상 등 세 번의 실패를 겪었다. 2013년 3월엔 드래건 우주선의 추진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 2015년 6월 팰컨9은 발사되자마자 공중분해됐다. 이듬해 9월 테스트 단계에서 팰컨9 로켓이 폭발하면서 실려 있던 2억달러 가치의 통신 인공위성이 파괴됐다. 머스크는 이를 “가장 어렵고 복잡한 실패였다”고 회고했다. 실패 원인을 파고들기 위해 텔레메트리(원격측정신호) 데이터 3000개를 분석했다.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지만 머스크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2030년 안에 지구인이 거주하는 화성 식민지를 세우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우주 학술지 뉴스페이스에 기고한 글에서 “엄청난 위험과 큰 비용이 수반되겠지만 인류를 다(多)행성 종족으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머스크는 ‘화성을 점령하라’고 쓰인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그의 꿈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몇 년 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완성되면 우주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스페이스X가 만들고 있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은 사람과 화물을 태우고 화성을 오갈 수 있으며 재사용도 가능하다. 여러 물건을 함께 싣는 방식으로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재사용을 위해 바다 위에 발사 기지를 세우려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타십이 우주시대를 여는 혁신적인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머스크는 미지수라는 뜻이 있는 알파벳 ‘X’를 유독 좋아한다. 스페이스X의 원래 회사명엔 탐험을 뜻하는 영어단어 ‘exploration’이 들어가고, 지난해 아들이 태어나자 X를 넣은 독특한 이름도 지어줬다. 머스크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시장의 기존 규칙을 파괴하고 세상을 바꾼다. 미지의 우주를 향한 이 혁신적인 기업가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롯데쇼핑이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롯데마트와 계열사 롯데하이마트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롯데쇼핑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81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36억원)보다 316.8% 증가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14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은 3조84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었다.실적이 두드러지게 개선된 건 마트와 슈퍼 사업부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분기 2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전년 4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롯데슈퍼는 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영업적자 430억원)에 비해 적자폭을 대폭 줄였다.롯데쇼핑은 지난해 2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까지 725개 점포 중 114개를 줄였다. 구조조정한 점포 중 슈퍼는 74개로 전체의 65% 수준이다. 마트도 12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계열사 롯데하이마트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롯데하이마트의 4분기 영업이익은 16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8% 증가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가전과 인테리어 교체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백화점과 계열사 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백화점 사업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방문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실적이 부진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줄었고, 매출도 16조762억원으로 8.8% 감소했다.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였다”며 “올해는 오프라인 수익성을 개선하고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롯데쇼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롯데쇼핑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1% 감소한 346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8% 감소한 16조761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각각 15.2%, 36.9% 감소해 2조6550억원, 3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매출은 6조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90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248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12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매출은 감소했으나 이익 개선세가 나타났다. 롯데슈퍼는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으나 2019년 영업손실 1089억원에 비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70여 개 점포를 구조조정하고 판매관리비를 절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전자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는 매출이 전년 대비 0.6% 증가한 4조52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6% 증가한 1610억원을 거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프리미엄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늘고 인테리어 시장이 성장한데 힘입어 온라인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롯데홈쇼핑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 4.3% 증가한 1조760억원, 125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는 코로나19로 영화 관객이 감소해 연간 매출이 65.5% 감소했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