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구직자와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에게 1인당 300만원씩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자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한 달 만이다. 올해 이 사업의 예산은 총 59만 명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 속에 지원금 신청이 폭주하면서 예산이 조기 소진돼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취업지원 예산, 1분기에 '바닥' 위기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자는 지난 3일 기준 1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용부는 이 중 7만5000여 건의 심사를 거쳐 6만3400명에 대해 수급자격을 인정해 1회차 구직촉진수당(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청자 대비 수급자격 인정률은 현재까지 추세로 봤을 때 70~80%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나머지 신청자도 신속히 심사해 순차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구직활동 비용과 맞춤형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로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원 형태는 두 가지로, 50만원씩 6개월간 총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생계지원)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받는 1유형과 취업지원 서비스를 핵심으로 취업활동비(최대 195만4000원)를 받는 2유형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는 15~69세 구직자 중 취업 경험이 있고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1인 가구 약 91만원, 4인 가구 약 244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재산 3억원 이하)이 지원 대상이다. 올해 지원 대상 책정 인원은 총 59만 명으로 1유형이 40만 명, 2유형이 19만 명이다. 청년(18~34세)인 경우 1유형 소득요건은 중위소득 120% 이하, 2유형은 소득 요건이 없다.

하지만 시행 한 달 만에 올해 목표치의 30% 이상 신청이 몰리면서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예상을 한참 뛰어넘을 만큼 신청이 몰리는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으로 구직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소득·재산 기준을 제외한 지원금 지급 요건이 지나치게 허술해 구직활동 촉진이 아니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일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 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1유형은 ‘최근 2년 이내 100일 또는 800시간 일한 경험’이 신청 요건이다. 지난 2년 동안 약 3개월만 일한 경험이 있으면 구직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청년과 경력단절 여성은 취업 경험이 없어도 된다. 정부는 물론 신청자가 제출한 취업활동계획서에 근거해 월 2회 이상 구직활동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지만 관련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행정력이 못 미친다는 게 고용부 직원들의 얘기다. 게다가 구직이나 창업준비 활동으로 관련 시장조사와 교육 참가 등도 인정하기로 해 사실상 구직활동 점검이 요식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가 올해 구직촉진수당(1인당 300만원) 지급 대상으로 예상한 인원은 40만 명, 관련 예산은 8286억원이 전부다. 지난달 한 달간 20만 명이 몰린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중 목표 인원이 초과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별도의 예산을 끌어와야 하는데, 재원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고용부는 1인당 월 50만원의 지원금 액수를 올릴 계획이다. 고용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운영 성과를 평가해 하반기에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수당 인상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