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경영의 신'이 말하는 사업의 기본
탁월한 창업자라면 어느 시대, 어느 국가에서 활동했든 공통적으로 한가지를 알고 있었다. 사업의 성패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서 결정되며, 높은 자리에 있다고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돈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순 없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로 밑바닥에서 맨주먹으로 시작해 ‘경영의 신’의 자리에 오른 이 남자 역시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917년 일본 오사카 쓰루하시의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작은 주택에서 22살 청년이 사업을 시작했다. 전셋집이었기에 회사 간판조차 달지 못하고 부인과 처남, 전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2평 남짓한 좁은 방에 둘러앉아 제품을 만들어나갔다. 전등에 연결하는 소켓이 회사가 만드는 유일한 제품이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탓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던 청년은 아홉 살 때부터 오사카의 번화가인 센바거리의 화로 판매점과 자전거 상회에서 꼬마 점원으로 일하며 장사를 배워나가야만 했다. 15살이 되던 1909년에는 전력회사인 오사카전등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이때 처음 전기제품에 대해 알게 됐다. 매일 같이 전선을 깔고 전등을 달며 성실하게 일한 덕분에 고속 승진을 거듭해 입사 6년차인 21살에는 사무직으로 승진했지만 얼마 안 가 회사를 그만둔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자신이 관료적인 대기업 조직에서 위로 올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커다란 조직에서 평생 보이지 않는 부품으로 사느니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익혔던 장사 실력을 살려 내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회사를 다닐 때 발명했다가 상사에게 퇴짜 맞았던 전기 소켓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회사가 내 발명을 무시한다면 내가 직접 한번 팔아보겠다’는 오기도 있었다. 비록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자라왔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승부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퇴직금과 남에게 빌린 돈을 합쳐 200엔, 지금 우리 돈으로는 약 2800만원을 들여 시작한 회사였지만 몇 달만에 문을 닫을 처지에 몰린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만든 제품인지라 그가 만든 소켓은 결함 투성이 불량품이었고 당연히 사가는 이들도 없었다.

회사가 망할 지경에 처하자 함께 창업했던 직장 동료 2명은 떠나갔고, 그는 아내의 결혼반지까지 전당포에 맡겨서 돈을 구해야만 했다. 이후 이 22살 젊은이의 앞엔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야만 했던 청년에게 세상은 언제나 가혹한 곳일 수밖에 없는 걸일까?

간판도 없이 시작한 이 회사의 이름은 마쓰시타전기였다. 청년은 자신의 성을 그대로 회사 이름으로 삼았다. 이 이름은 훗날 파나소닉으로 바뀌게 된다. 이 청년은 바로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일본 기업과 일본 기업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더라도 한, 두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1894년 태어나 1989년에 세상을 떠난 그는 과거는 물론 오늘날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건 가난, 질병, 저학력이라는 3가지 장애물을 이겨내고 맨손으로 창업해 마쓰시타전기(파나소식)라는 거대한 기업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오늘날에도 매년 40조~5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기업이다. 비록 지금은 그 위상이 전성기 시절보단 못하지만 그가 회사를 이끌었던 시기와 그 이후에도 수십 년 간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휘어잡았던 회사다.

그는 경영의 신이자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껏 500만 부가 넘게 팔린 대표작 <길을 열다>를 비롯해서 모두 합쳐 2000만 권이 넘는 책을 판매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2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그의 책은 일본에서 매년 10만 권 가까이 팔리고 있다.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는 마쓰시타가 자신이 파나소닉을 창업해 키워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과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설명하는 책이다.

'사람을 쓰는 건 공적인 일이다’, ‘걱정하는 게 사장의 일이다’, ‘사람을 얻는 건 운명이다’, ‘사람을 부린다는 건 사실은 괴로운 일이다’와 같은 소제목들 아래서 자신의 경험을 간결하지만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두 평짜리 허름한 방 한 칸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휘어잡았던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경영의 신에게 직접 사업의 기본에 대해 배우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