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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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에 해당하는 추가 성과급을 주고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과거보다 투명하게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본급의 400%(연봉의 20%)’로 결정된 성과급에 대해 직원들이 반발하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4일 “성과급(PS) 제도를 개선하고 우리사주와 복지포인트를 구성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날 오후 경기 이천 본사에서 협의회를 열고 성과급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EVA(경제적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미래 투자금, 법인세 등을 뺀 것)’에 기초해 결정했던 성과급을 ‘영업이익’에 연동해 지급할 계획이다. 그간 SK하이닉스 직원들은 “EVA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해 직원들에게 시장가보다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기로 했다. ‘기본급의 200%’에 상응하는 혜택을 줄 계획이다. 예컨대 기본급이 200만원인 직원이 자사주 1000만원어치를 회사로부터 산다면 400만원 할인한 600만원에 팔겠다는 것이다. 300만원 상당의 사내 복지포인트도 임직원들에게 지급한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지난달 28일 ‘기본급의 400%’로 성과급이 결정되자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며 반발했다. 이날 이석희 사장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향후 경영 방향은 공정함과 투명함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불똥은 다른 계열사로 번지고 있다. SK텔레콤 노동조합은 최근 위원장 명의로 박정호 사장에게 “작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성과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노조는 “구성원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경영진이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기존의 성과급 기준인 EVA 대신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도 초과이익분배금(OPI) 지급률이 40% 미만으로 결정된 일부 사업부에선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성과급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또 전자부품·소재 계열사에선 직원들이 ‘우리는 후자(後子)’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명에 ‘전자(電子)’가 붙은 간판 기업보다 턱없이 적은 성과급을 손에 쥐게 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기는 OPI 지급률이 14% 수준이지만 큰 잡음이 없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매주 여는 직원과의 대화에서 OPI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정수/최만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