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계가 배달에 집중하면서 주방과 손님이 소통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 배달앱 후기 외에는 손님이 음식을 먹고 난 뒤의 반응을 살펴볼 길이 없다.

외식기업 놀부가 주방과 손님을 바로 연결하는 실험에 나섰다. 지난 1일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 배달 메뉴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먹어볼 수 있는 ‘놀부주방 플래그십스토어 강남점’을 연 것이다.

놀부는 놀부부대찌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오프라인보다 배달 전용 브랜드가 더 많다. 놀부가 운영하는 브랜드 24종 중 14종이 배달 전용 브랜드다. 삼겹본능, 흥부찜닭, 돈까스퐁당떡볶이공수간 등이 대표적이다. 배달 메뉴만 조리하는 ‘놀부주방’이 전국에 약 300곳 있다.

이곳에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으로 주문을 받아 처리한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한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 메뉴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2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놀부주방이 급격하게 늘었다.

놀부는 대부분의 오프라인 외식 매장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에 경쟁적으로 매달릴 때 손님들이 배달 메뉴를 먹으러 매장을 찾도록 유도하는 ‘거꾸로 전략’을 내놨다. 놀부주방 플래그십스토어 강남점에는 주방에 손님을 위한 54석이 마련돼 있다. 이전에는 배달원(라이더)들만 주방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주방에 들어와 음식을 먹고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배달 메뉴 25종을 맛볼 수 있다. 혼밥족을 위한 1인 정식 메뉴도 판매한다.

놀부의 전략은 백신 공급이 본격화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외식 경기가 되살아날 것에 대비한 포석이기도 하다. 놀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집에서 시켜 먹는 배달 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