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명인 한 가전 중소기업에서 2~3년차 젊은 직원 3명이 작년 하반기 한 달 사이 줄줄이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중 1명은 대기업 수시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시채용이 확산되면서 대기업 입사를 위한 ‘징검다리’ 삼아 중소·중견기업에 들어와 일하다 떠나는 현상이 심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구직 시장이 다소 위축된 와중에도 중소·중견기업 직원들의 대기업 이직은 활발하다. 주요 대기업이 정기 공개채용을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한 영향이 중소기업계에 미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던 강모씨(31)도 지난해 대기업 수시채용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회사의 미래가 예전같지 않다고 판단하던 중 한 대기업의 수시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며 “연봉도 연봉이지만 무엇보다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채용정보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적인 인력 이동이 줄어든 가운데 중소기업 퇴사율은 대기업에 비해 높았다. 사람인이 지난해 국내 기업 305곳을 대상으로 한 ‘상반기 퇴사 현황’ 조사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퇴사율은 9.5%였다. 2019년(11.9%)보다 2.4%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퇴사율이 늘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중소기업 236곳 중 19%인 44곳이 퇴사율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퇴사율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대기업(12%)보다 7%포인트 높았다. 반면 ‘감소했다’고 한 비율은 28%(66곳)로 대기업(38%)보다 10%포인트 낮았다.

지난해 상반기 퇴사율이 늘었다고 답한 52개사는 퇴사 증가 원인 1순위로 ‘회사 실적과 재무상태 악화’(38.5%, 복수응답)를 꼽았다. 또 이들 기업의 약 절반(46.2%)은 설문 당시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사람인 관계자는 “퇴사율이 늘어난 중소기업은 인력 유출뿐만 아니라 신규 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에 내몰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