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미래 먹거리 사업이지만 이익을 내는 곳은 드물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아직까지 적자다. 세계 1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익률은 3%대에 불과하다. 실제 돈을 버는 곳은 이들 회사에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이익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를 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8547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38.7%, 영업이익은 47%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6.3%로, LG에너지솔루션의 두 배에 가깝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약 1조3000억원과 1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이익률은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 전해질을 생산하는 천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약 20%에 달했다. 매출은 1555억원, 영업이익은 301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생산한 전해질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의 배터리에도 들어간다.

배터리 양극재 기업 코스모신소재는 지난해 영업이익 124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2000억원을 갓 넘겼고, 이익률은 6% 수준이었다. SKC의 자회사로 배터리 동박을 생산하는 SK넥실리스는 작년 3분까지 이익률 15%를 기록했고, 일진머티리얼즈 역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이익률을 보였다.

글로벌 대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사들 수익성이 이처럼 좋은 것은 소재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공급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의 경우 작년 46만t 수준이던 수요가 2025년 275만t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 업체들도 소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정적으로 소재를 공급받기 위해 납품사들에 증설도 요구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엘앤에프는 작년 12월 연간 매출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1조4547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들의 고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등 소재를 원하는 만큼 받아올 수 있다면 가격은 얼마든 줄 수 있다”며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필수 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