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화학부문 계열사들이 향후 10년간 총 5조2000억원을 투자해 대대적인 탄소 저감 노력과 친환경 사업 확대를 꾀한다. 환경 오염에 대처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방안이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그룹 내 화학 계열사들이 올해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원년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핵심 과제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화학부문, 친환경 사업에 5.2조 투자

친환경 사업 대폭 늘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롯데그룹 내 화학 비즈니스 유닛(BU) 관계사들은 2일 ‘그린 프로미스 2030’ 이니셔티브 도입을 선언했다. ‘지구를 지키는 진심 어린 발걸음’이란 의미를 담은 ‘에브리 스텝 포 그린(Every Step for Green)’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을 지금보다 10배 이상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 화학 BU는 작년 말 약 6000억원 수준인 친환경 사업 매출을 향후 10년 내 6조원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한 친환경 사업 발굴이 회사마다 이뤄진다.

롯데케미칼은 해양 오염의 주범인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기 위한 소재를 개발해 보급을 추진 중이다. 롯데알미늄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 양산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친환경 사업을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 롯데는 화학 BU 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자원 선순환 관련 투자도 대폭 늘린다. 플라스틱 소재인 페트(PET)를 rPET(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한 PET)로 대체하는 작업에 대대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식품, 의류, 신발 등에 rPET 소재를 적극 사용하도록 계열사들에 권장하고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 사업장에서 PET를 회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추진한다. 롯데 관계자는 “RE100(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쓴다는 기업들의 약속)에 준하는 전력 조달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탄소 배출 상한선을 2019년 롯데 화학 계열사들의 배출 총량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이 배출량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제품 생산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 대기오염 물질, 폐수 등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폐기물 발생량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노후 방지시설 최적화와 공정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자동차 배터리에서 배운 교훈

롯데가 친환경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친환경 사업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롯데는 산업 트렌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들이 일찍부터 석유화학 위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추진했으나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설비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 경쟁사들과 반대로 갔다. 그 결과 롯데케미칼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과 견줘 기업 가치(시가총액)가 한때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롯데는 뒤늦게 작년부터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화학 계열사들이 재생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에서만큼은 우위를 점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