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악당' 미탈 '석탄발전' 한전도 ESG 우량주 될 수 있어…지표 좋아지는 전통기업 '주목'
“테슬라 같은 전기자동차업체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량주는 아닙니다.”

윤석모 삼성증권 ESG연구소장(사진)이 2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ESG 투자의 범위를 좁게 잡고 있다”며 꺼낸 얘기다. 그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탄소악당’으로 불리는 아르셀로미탈과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전력도 ESG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ESG 지표가 급격히 좋아지는 전통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국내 증권회사 최초로 리서치센터에 ESG연구소를 설립했다. 윤 소장이 리서치센터장과 ESG연구소장을 겸임할 만큼 ESG 이슈를 중시한다. 그는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도 ESG 이슈에 관심을 둬야 하는 시기”라며 “특히 국제 비교가 가능한 E(환경)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소장은 ESG는 ‘착한 기업 경진대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ESG는 금융시장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라며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의 조건을 좁히다 보니 ESG란 키워드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 투자에 관심이 많은 노르웨이 네덜란드 연기금 관계자들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시장과의 대화)을 원한다’는 말을 달고 산다”며 “ESG 전략을 적극 바꿔나가는 기업에 투자 기회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을 들었다. 이 회사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을 때 석탄이 아니라 수소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에 실증 플랜트를 운영하는 등 구체적인 연구개발(R&D) 계획을 내놨다는 점에서 기관투자가의 호평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반(反)ESG 기업으로 분류됐던 한국전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때 20%가 넘었던 한전의 외국인투자자 비율이 지난해 11월 16% 선까지 줄었다가 최근 17%대로 반등했다”며 “환경 비용을 요금 청구서에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이 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S(사회) 이슈로는 ‘플랫폼 노동’을 들었다. 긱이코노미를 표방하는 업체들의 사업모델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G(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오너의 갑질 같은 단기 이슈보다 제대로 된 이사회 조직을 갖췄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